사회 사회일반

예산부족 탓… 장애인 근무시간 줄어든다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5 17:09

수정 2018.01.26 09:35

중증장애인근로지원인서비스 올해부터 지원 시간 단축
장애인 근로자 많아지지만 정부 지원액은 턱없이 부족
예산부족 탓… 장애인 근무시간 줄어든다

"단순히 시간이 줄어드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장애인도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이 무너지는 겁니다"

25일 1급 시각장애인 사회복지사 이모씨(32)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올 들어 '중증장애인근로지원인서비스(근로지원)'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근로지원은 직장에서 장애인이 수행하는 직무 중 핵심업무를 제외한 일을 근로지원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근로지원인은 장애인을 위해 서류 대독부터 인터넷을 검색해주기도 한다. 이씨에게 눈이 돼주는 것이다.


경상북도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는 이씨가 받는 근로지원 시간은 하루 8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었다. 복지관 측에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강하게 항의해 1시간을 더 얻었지만 그간 하루 처리하던 업무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는 "서류를 읽어주고 주변상황을 설명해준 근로지원인들 덕분에 비장애인과 동일한 양의 업무를 너끈히 수행해왔다"며 "조금 도움만 있다면 장애인도 못할 일이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는 자긍심 하나로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예산문제" VS "언제까지 예산타령"

근로지원 시간이 줄어든 장애인은 일부가 아니다. 장애단체는 더 많은 장애인 가운데 서비스 시간이 줄어든 사람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각장애인 정모씨(39)는 "정부는 예산문제를 꺼내지만 언제까지 장애인 생계를 예산타령으로 둘러댈 것이냐"며 "주변에 근로지원 시간이 줄어 성과가 낮아지고 고용이 불안정해지지만 말도 못하는 장애인이 많다"고 전했다.

근로지원 서비스 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2018년 중증장애인 1명을 위한 근로지원인 시간은 월 115시간이다. 주5일 근무기준으로 하루 5시간 정도다. 지원인은 1200명이다. 국가예산 180억원이 들어간다. 5년 전과 비교해 예산액은 4배, 지원인원은 3배 정도 늘었다. 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예산은 증가하지만 늘 그 이상의 수요가 나온다"며 "(많은 장애인이) 신청을 원하고 다들 필요한 상황이어서 1인이 받아갈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원인원과 지원시간이 지난해와 동일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지원인원과 올해가 같다. 1인 지원시간은 2015년부터 월 115시간을 유지하고 있다.

장시간 근무하는 장애인을 위한 세부적인 정책마련은 없는 상황이다. 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개인별 근로시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향후 지원시간을 늘려나가기 위해 재정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해명했다.

■"생존권.인권 맞물린 개념으로 인식해야"

전문가들은 중증장애인 근로지원인 서비스에 더 많은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다운 전국장애인차펼철폐연대 정책국장은 "비효율성과 예산논리로만 장애인 문제를 접근해서는 안된다"며 "중증장애인도 직업생활을 하면서 복지지출 비용을 줄이고 이를 돕는 근로지원인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도 있다"고 말했다.

김남숙 동명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증장애인이 근로지원인을 통해 일을 할 수 있는 건 단순히 돈이 아닌,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는 것"이라며 "생존권, 인권이 맞물린 개념임을 인식해야 한다. 국가에서 좀 더 깊이 생각하고 민간과 함께 정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 중증장애인은 현재 약 82만명으로, 전체 장애인 251만명 33%를 차지한다.
중증장애인 생계수준은 열악하다. 고용노동부 '2017 장애인통계'에 따르면 중증장애인 개인 월평균 소득(공적이전소득 등 포함)은 70만원이다.
이중 근로소득은 18만원에 불과하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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