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밀양 세종병원 화재〕세종병원참사 병원측 과실이 '화' 키웠다...법망 피한 무단증축이 사고 원인

오성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8 15:32

수정 2018.01.28 15:44

병원 안전관리 총제적 부실...스프링클러 미설치, 복지부 매뉴얼 준수 안해
화재로 37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 대한 문제점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화재로 37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 대한 문제점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밀양=오성택 기자】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이후 해당 병원에 대한 문제점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불거지면서 병원 과실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소방대원들의 발 빠른 진화로 요양병원 환자들을 무사히 구조해낸 반면 화재에 따른 병원 측의 대책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재 사망자도 증가하고 있다. 사망자가 38명으로 늘어났고 부상자 중 80대 남성 1명은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경남지방소방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은 발화 장소와 병원 내 소방시설 등을 정밀 감식 중이다. 감식 결과는 29일에 공개된다
■무단 증축 건물 방치...중소병원 사각지대
28일 밀양시 및 소방당국에 따르면 세종병원에 쏟아지는 의혹의 눈초리는 병원 무단 증축과 스프링클러 미설치, 복지부 매뉴얼 준수 여부 및 환자 손목 결박 등에 따른 구조 지연으로 압축된다. 먼저 지난 26일 대형 화재로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밀양 세종병원이 2011년부터 건물 곳곳을 무단으로 증축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내 병원을 관리감독 해야 할 밀양시도 세종병원 측의 무단 증축 사실을 알고도 강제 철거에 나서지 않는 등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이번 화재사고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병원은 본관과 요양병원을 연결하는 1층 통로에 23.2㎡ 규모의 비가림막을 불법으로 설치·사용해 왔다. 또 본관 4층과 5층에 25.01㎡ 규모의 창고와 25㎡규모의 식당 및 창고 2곳(58.5㎡, 15.33㎡) 등 총 147.04㎡규모의 불법 건축물을 무단 증축해 사용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세종병원은 요양병원 2층과 6층에도 각각 창고 및 사무실 용도로 무단 증축했으며, 장례식장의 경우 창고 용도로 증축해 사용해왔다. 특히 본관 6층 일부 병실을 일반병실에서 요양병실로 변경하는 등 요양병원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6층에 무단 증축이 집중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밀양시는 2011년부터 세종병원의 무단 증축 사실을 파악하고 불법 건축물에 대한 철거 등 시정명령과 함께 이행강제금을 징수했으나 강제 철거에 나서지는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세종병원측이 본관 일반병실을 요양병실로 바꾸기 위한 변경신청서를 접수한 뒤, 허가를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시는 세종병원의 무단 증축 등 불법 건축물 관리와 관련, 검찰의 수사결과를 수용하고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이다.

세종병원은 화재 발생 시 초기 진압을 돕는 스프링클러가 단 한 개도 없었다.

그러나 세종병원은 2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중견 병원인데도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종병원처럼 대형병원도 요양병원도 아닌 중소병원의 경우 사실상 스프링클러 설치와 같은 ‘소방시설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환자 대부분이 노약자 등 거동이 불편한 재해 약자들인 경우 병원 면적이나 규모에 관계없이 스프링클러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병원 측 안전관리 매뉴얼 안 지켰다
또 다른 문제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을 비롯한 병원 직원들이 보건복지부가 정한 안전관리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2014년 의료기관의 화재 안전관리 매뉴얼을 마련했다. 매뉴얼에는 병원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직원들은 경보를 울려 화재 사실을 전파해야 하고 일부는 소화전을 이용, 화재를 진압하고 일부는 환자들을 안전한 곳으로 신속하게 대피시켜야 한다.

세종병원의 경우 화재 당시 의사를 비롯한 9명의 의료진이 당직 근무 중이었다. 이들은 화재가 발생하자 병원에 설치된 소화기로 초기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대책본부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화재 발생 시 비상계단을 이용하도록 돼 있는데도 엘리베이터에 6명이 갇혀 숨진 채 발견됐으며, 1층 응급실 간호사 2명은 ‘불이야’라고 외치며 밖으로 뛰쳐나간 사실을 감안해보면 병원측의 전체적인 안전관리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것으로 추정해볼수 있다.

특히 환자의 팔과 손목을 침대에 결박한 사실도 면밀히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정식으로 보호자 동의를 받고 시행한 조치였는지, 또 화재발생과 같이 응급상황에서 쉽게 풀 수 있는 정도의 결박이었는지가 쟁점이다.

박재현 밀양소방서 구조대장은 “3층에서 구조 활동을 하다 20여명 가까운 환자들 중 서너 명을 제외한 나머지 환자들의 한쪽 팔과 손목이 침대에 묶여 있어 결박을 푸는데 30초~1분 정도 시간을 지체했다”며 “이 시간이면 유독가스를 많이 들이마셔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법 시행규칙에는 환자가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하는 등 환자 안전에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신체보호대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단 환자에게 결박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하며, 치매 환자나 의식이 없을 경우 반드시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천재경 밀양보건소장은 “세종병원의 경우 치매 환자가 입원할 때 신체보호대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호자 동의서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동의서가 입원에 필요한 형식적 절차였는지, 충분한 설명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ost@fnnews.com 오성택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