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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중 '황금시대' 좌초위기…메이 '일대일로' 지지 거부로 촉발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8 15:26

수정 2018.01.28 15:26

EPA연합
EPA연합
영국과 중국이 공동선언한 양국간 협력강화 선언인 '황금시대'가 좌초위기에 몰려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2015년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영국을 방문해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와 함께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자며 '황금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한지 2년여만에 양국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31일 중국 방문을 앞두고 실무간 논의가 삐걱거리면서 방중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FT는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국의 대외투자, 인프라개발 프로젝트인 유럽, 아시아, 중동을 하나로 묶는 일대일로를 둘러싼 양국간 이견이 방중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메이 총리는 당초 영국, 중국 재계 관계자들과 일대일로 투자프로그램에 관해 원탁회의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정부 관계자들은 메이 총리가 일대일로에 대한 공식적인 승인을 거부하면서 방중 일정이 혼란해졌다고 말했다.


양국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황금시대의 노는 뒤로 갈 수밖에 없게 됐다고 FT는 지적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주된 교착지점은 중국의 일대일로 정식 지지 요구"라고 밝혔다.

중국과 영국간 관계 이상 조짐은 메이 총리가 집권하면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캐머런 전 총리와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조지 오스본은 중국과 협력 강화를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로 삼았다. 급속히 성장하는 중국 시장을 영국 수출의 미래로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6년 5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캐머런 총리가 물러나고 그해 7월 메이 총리가 취임하면서 영국과 중국의 밀월관계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메이 총리 첫 해 가장 강력한 보좌관이었던 닉 티모시는 중국 회의론자로 중국의 영국 핵산업 부문 투자에 대한 조사를 추진했다.

영국과 중국간 이상 조짐은 중국에 대한 서방의 압박이 심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백악관이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선언했고, 올 들어서는 중국의 아시아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며 사사건건 중국을 훼방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일대일로 역시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EU의 강력한 지주로 부상하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중국 견제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과실은 각국이 공유해야 한다며 중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메이 총리가 이 대열에 합류하면서 방중 일정 자체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정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 관계자들이 때때로 영국 외교당국자들에 전화회신을 하지 않아 메이의 다른 방중 일정이 조율되지 못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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