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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셰일혁명으로 새로운 '에너지 패권국가'로 발돋움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9 15:46

수정 2019.08.25 15:01


미국 석유산업이 셰일혁명에 힘입어 급성장하면서 미국의 대외 정책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정부는 이제 막대한 자국산 석유 덕분에 미국 및 동맹들에게 안정적인 석유 공급이 가능해 졌을 뿐만 아니라 중동 국가들의 '자원 무기화'에도 대항할 수 있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이하 현지시간) 올해 미 석유산업의 급성장하면서 석유가 미국의 새로운 전략무기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달 19일 내놓은 월간 보고서에서 미국의 원유생산량이 지난해 일평균 990만배럴에서 올해 1040만배럴로 늘어나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2위의 산유국이 된다고 예측했다.

미 석유업체들은 지난 2008년부터 기술 발달에 힘입어 그동안 캐지 못했던 셰일지층의 석유를 캐내기 시작해 전통적인 산유국들을 위협했다. 사우디는 2014년부터 치킨게임을 벌여 미 셰일석유 산업을 말려 죽이려 했지만 유가만 폭락시켜 석유수출기구(OPEC)의 분열을 초래했다.
NYT는 사우디를 비롯한 OPEC이 2016년부터 유가 부양을 위해 감산에 들어간 것이 미 석유업계에 호재로 작용, 셰일석유 산업이 다시 부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뉴욕시장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26일 기준 배럴당 66.14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약 20% 상승했다.

신문은 이러한 경향을 두고 미국이 새로운 전략무기를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국제 석유시장은 안정적인 미국이 막대한 생산량을 쏟아 내준 덕분에 정치적으로 불안한 나이지리아나 리비아, 베네수엘라 같은 산유국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해도 충격에 빠지지 않게 됐다. 미국은 안정적인 석유시장 덕분에 수니파 사우디와 시아파 이란간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도 다양한 선택지를 고를 수 있게 됐다. 1973년과 1978년의 석유파동이 각각 중동전쟁과 이란혁명으로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은 셰일혁명으로 외교관계에서 더 많은 패를 손에 쥐게 된 셈이다. 다국적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다니엘 예긴 부회장은 셰일혁명이 "미국에게 있어 180도 전환점이며 세계가 이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셰일혁명은 세계 석유시장의 공급을 크게 늘렸다는 점에서 미국의 에너지 안보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의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끄는 미 정부는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더욱 강력한 에너지 패권을 굳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라이언 징크 미 내무장관은 이달 4일 발표에서 환경 보호 등으로 영구 시추제한 지역으로 묶였던 북극해 및 미 동부 연안 등에 시추 제한을 대대적으로 해제, 미 영해의 98%에 이르는 지역에서 석유 시추가 가능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징크 장관은 발표에서 "우리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 슈퍼파워 국가가 될 것이며 그렇게 할 만한 자산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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