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증시 떠나는 젊은 개미들, 왜?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9 17:20

수정 2018.01.29 17:20

[기자수첩] 증시 떠나는 젊은 개미들, 왜?

왜 개인투자자들은 증시를 외면하고 가상화폐에 들어갈까. 코스피에서만 개인은 이달 들어 3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증권가에서도 명확한 상관관계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증시와 가상화폐 사이에 자금 관계가 어느 정도 연결돼 있다고 본다.

증시나 가상화폐 시장이나 투자전략은 같다. '저점 매수, 고점 매도'다. 각 증권사가 제공하는 수많은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하면 앉은 자리에서 금세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처럼 말이다.
'화끈한' 가격 변동? 대표적 테마주인 우리기술투자는 주가가 5개월 만에 560원대에서 1만원으로 18배 가까이 뛰었다. '리플'의 변동폭 뺨치고도 남는다.

그렇다면 왜일까. 널뛰기 하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오히려 '나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 아닐까.

전 세계적으로 등락하는 가상화폐 시세를 특정한 세력이 좌지우지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 개인투자자에게는 오히려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증시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증시에서 개미들은 수급만으로 주가를 조절할 수 있는 외국인이나 가격 하락을 노리는 공매도 세력 사이에서 수없이 무력감을 느껴오지 않았나.

물론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초기 코인공개(ICO) 과정에서 거래량 부풀리기를 통한 가격 띄우기 행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는 주요 거래소에 상장되기 이전의 소위 일부 '잡코인'에서 성행하는 수법에 그친다.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수조원 규모의 가상화폐를 어느 한 세력이 움직이기는 어렵다.

요컨대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증시와 달리 '동일한 출발선'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금수저'로 대변되는 불공평한 기회로 인한 좌절 속에서, 같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2030세대 청년 투자자들에게 분명한 매력이 아닐까.

가격 변동이 극심하다, 해킹 위험이 있다는 일부의 지적은 이런 특징 앞에서 그 다음 문제가 된다. 불확실성조차도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 규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발도 단지 이익만을 위해서라고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시장진입 시기 조절이나 외부요인으로 인한 가격 급등락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시장 소외'를 또다시 절감하게 된다. 증시에서 오랫동안 느껴 왔던 그 감정이다.

가상화폐 투자를 단순히 '일확천금에 눈이 먼 중우투기'로 치부하면 개인투자자를 자본시장으로 돌아오게 만들 수 없다.
가상화폐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려고 할 때 국내 증시의 문제점도 보인다. 당장 필요한 것은 개미의 무력감 해소다.
한국거래소가 '모두에게 공평한' 방향의 신뢰성 제고를 우선해야 하는 이유다.

bhoon@fnnews.com 이병훈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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