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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웅의 부동산 제대로 읽기] 주택 가격 급등 원인은 투기적 매매 때문?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9 17:57

수정 2018.01.29 17:57

부동산 시장의 오해와 진실 <1>
서울 강남 4구 총거래량 단순 증가율 비교 '무리'
5채 다주택자 비중 2.5%, 29세 이하는 3.4% 불과
실수요자가 대부분 차지
[김관웅의 부동산 제대로 읽기] 주택 가격 급등 원인은 투기적 매매 때문?

"(최근 주택 가격 급등 이유는) 공급 부족이 아닌 투기적 매매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6월 취임과 동시에 2016년 5월과 2017년 5월 주택거래량을 비교한 수치를 거론하며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5주택 이상 소유자의 거래량이 53.1%, 29세 이하는 54.0% 늘었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했다. 김 장관의 이같은 발언에 시장은 아연실색했다. 김 장관이 근거로 제시한 숫자는 맞지만 숫자에 대한 해석이 정확하다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남 4구의 총거래량 3904건 중 5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98채, 2.5%였다. 29세 이하 거래량 134채도 고작 3.4%였는데도 증가율로만 시장을 판단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김 장관이 정책목표를 잘못 찾은 게 아니냐"는 걱정이 터져 나왔다. 불행하게도 6개월여가 지난 지금은 그 우려가 현실이 되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지 중개업자 및 주택시장 관계자들은 "지금 집을 사는 사람들 상당수는 실수요자들인데 투자자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규제를 하니 정책이 효과를 못내는거죠. 현실을 제대로 못 읽으니 주택정책이 계속 이상하게 나오고, 그 결과 집값이 오히려 이상급등하는게 아닙니까"라며 한결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 장관을 비롯해 정책 당국자들은 현재 주택시장 급등세가 다주택자를 비롯한 고액자산가들의 투기행위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집을 사는 사람들이 거의가 투자자라고 한다면 그것은 지금 주택시장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직접 현장에 가서 어떤 사람들이 집을 사는지를 제대로 들여다보라"고 말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시내 어느 아파트 단지를 가봐도 매입할 수 있는 아파트 중 입주가 바로 되는 매물은 거의 없다. 전세나 월세를 낀 아파트만 몇 채 있는 수준이다. 이는 다주택자가 아니라 그만큼 직접 입주를 하려는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투기가 가세하면 오히려 전세를 끼고 매입에 나서거나 자금여유가 있다면 월세를 겨냥해 매입하는게 당연한데 바로 입주가 가능한 아파트부터 먼저 팔린다는 것은 실수요자들이 살 집을 구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즉, 지금은 투자자가 아닌 실수요자가 주도하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현재 서울 강남권은 물론이고 서울 전 지역에서 바로 입주가 가능한 아파트를 찾기는 굉장히 힘든게 사실이다. 실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엘스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29일 현재 전용면적 84㎡ 4000여가구 중 매매가 가능한 아파트는 불과 20개 정도다.
이 중 2~3개월 내에 입주가 가능한 아파트는 6개도 안된다. 나머지는 월세와 전세를 낀 경우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바로 입주할 수 있는 물건들이 아무래도 3000만~5000만원 정도 비싼데도 이런 물건이 거래가 먼저 이뤄진다"며 "갭투자자들은 이미 다 빠졌고 교육제도 개편으로 인한 강남권 선호현상과 전셋값 급등세로 인한 매매수요 전환, 갈아타기 수요등이 겹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관웅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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