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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웅의 부동산 제대로 읽기] 집값 급등세 진원지 정말 강남일까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31 19:28

수정 2018.01.31 21:13

부동산 시장의 오해와 진실 <2>
[김관웅의 부동산 제대로 읽기] 집값 급등세 진원지 정말 강남일까

요즘 주택시장은 어느 한 곳이 오르면 그 주변이나 비슷한 위상을 가진 지역이 뒤따라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집값 상승기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근래 집값 폭등기로 기억되는 2002년과 2006년 시기가 그랬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요즘 주택시장은 과거때와는 크게 다르다. 집값이 서로 '키 맞추기'를 하며 널뛰듯 오르는 것은 비슷하지만 집값상승 에너지가 아래에서 위로 향한다는 점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집값 오름세가 서울 강남에서 시작해 신도시로, 서울 강북으로, 수도권, 지방으로 순차적인 이어졌다.
또 고가주택, 중대형 주택부터 오르고 이후 중소형주택, 저가주택으로 오름세가 확산됐다.

하지만 지금 주택시장은 다르다. 서울 강북지역과 신도시 등서 집값이 먼저 오르고 강남권으로 번졌다. 또 중간가격의 중소형 아파트가 먼저 오르고 중대형 고가아파트가 나중에 상승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과거와는 반대의 패턴을 보이는 것이다.

■강북서 시작한 집값 상승세 잠실지역 자극

1월 31일 시장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집값이 오르는 패턴을 잘 보라고 말한다. "최근 서울 집값상승 흐름을 보면 도심지역에서 시작해 잠실(송파)로 이어지고 강남으로 간 후 다시 도심으로, 잠실로, 강남으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수요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지역별 상승시기만 봐도 이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서울 도심과 한강변 아파트는 중산층이 선호하는 곳으로 2016년 말부터 수요가 몰리며 상승을 시작했다. 수년간 지속된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은 상승 속도를 빠르게 만들었다.

2017년 1월 서울 종로구 교남동 경희궁자이가 강북 중소형 아파트 사상 처음으로 10억원대 시대를 열었다. 이어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리버젠을 비롯해 강남 맞은편에 있는 한강변 아파트들이 10억원대를 돌파했다. 또 마포구와 서대문구 일대 아파트들도 줄줄이 10억원대 아파트에 가세했다. 불과 몇개월만의 급작스런 상승이었다.

■잠실이 강남 추월하자 강남 집값이 급등

그러나 상대적으로 입지가 뛰어난 송파구나 강남구는 이 시기에 집값이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엘스의 경우 2017년 1월에는 불과 10억5000만원 안팎이었다. 강북 집값은 결국 잠실지역을 자극했다. 그해 4월 말이 되서야 집값이 꿈틀대기 시작해 12억원대로 올라섰다.

그러나 한번 움직이기 시작한 집값은 계속 탄력을 받으며 어느새 실거래가격이 16억원(중층 기준)까지 치솟았다. 잠실이 오르자 강남이 놀랐다. 모든 면에서 한두계단은 밑에 있는 잠실 아파트들이 어느새 강남 아파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시작한 것이다. 잠실과 인접한 강남구 삼성동, 역삼동, 대치동 등 아파트값이 움직였다. 역삼동 역삼푸르지오의 경우가 그렇다. 강북지역이 오르고 송파구가 오르고 난 6월이 되서야 12억원을 돌파했다. 즉, 강북 중저가 아파트에서 시작된 집값 오름세로 인해 송파 지역이 움직이고 결국 강남구가 급등한 것이다

■거래량 증가세도 강북지역서 강남으로 확산

이는 서울지역 자치구별 거래량으로도 읽을 수 있다. 서울 시내에서 중위권 집값을 형성하고 있는 도심권과 한강변 일대에서 먼저 거래가 늘고 이후 강남권으로 다시 소외지역이 뒤쫒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집값이 본격적으로 오른 2016년 1월 거래량을 기준으로 월별 거래량이 두배로 증가하는 시점은 서대문구가 제일 빨랐다. 3월 400건으로 1월 대비 108.3%(208건)가 증가하며 상승 랠리에 불을 지폈다. 4월 들면서 강서구와 성동구가 가세한다. 강서구는 612건으로 1월 대비 118.5%(332건), 성동구는 330건으로 106.2%(170건)이 증가했다.


하지만 강남권은 강남구와 송파구, 강동구가 두달 뒤인 5월 들어서야 거래량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강남구는 765건으로 127.6%(429건) 늘고 송파구는 707건으로 118.2%(383건), 강동구는 493건으로 103.7%(251건) 증가한다.
상대적으로 소외지역인 관악구와 금천구, 도봉구, 동대문구 은평구 등은 7월이 지나야 거래량이 두배를 넘어서면서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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