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新 청춘백서] SNS, 청춘들 위로와 공감의 장으로 진화

이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11 11:19

수정 2018.02.12 10:21

대학마다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대나무 숲’에 정신적 고통 호소하는 글 많아
취업난과 무한 경쟁에 내몰린 청춘들, 20대 우울증·공황장애 환자 매년 늘어
따뜻한 말 건네며 응원하고 격려하는 댓글 이어져.. 스트레스 해소하는 '탈출구' 역할 하기도
'대나무 숲'에 우울증·공황장애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20대들이 늘고 있다. 청춘들은 누군지 몰라도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며 서로 위로하고 공감한다. / 그래픽=홍선주 기자
'대나무 숲'에 우울증·공황장애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20대들이 늘고 있다. 청춘들은 누군지 몰라도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며 서로 위로하고 공감한다. / 그래픽=홍선주 기자

#“저는 우울증 환자입니다. 꾸준히 약을 먹으며 버티고 있지만 제 자신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자살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야! 진짜 자살하고 싶은 사람은 그런 말 안 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지금까지 참다가 너한테 처음 말 한 건데...”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대학 ‘대나무 숲’에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이 게재됐다. 해당 글은 순식간에 1400개 이상의 댓글과 100회 이상의 공유가 이뤄졌다. 댓글을 살펴보면 “난 이런 사람이라고 인정해주세요. 인정하기 힘들다면 그냥 한 번 쓰다듬어주세요”, “미천한 존재감 이라는 게 어디 있나요. 그런 단어는 본인을 포함해서 누구에도 쓰면 안 되는 말인데 ㅠㅠ”, “그냥 많이 힘들었구나 지금까지 고생 많았어. 이런 말 듣고 싶은 건데..”, “안 돼요. 그런 생각하지 마세요” 등 위로하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11일 주요 대학과 인터넷 사이트에 따르면 대학별로 최소한 한 개 이상 '대나무 숲'이 과거 주로 익명으로 사랑 고백이나 일상 이야기 등 잡담을 나누는 공간에서 최근 취업난과 무한 경쟁에 내몰리는 사회적인 현상 때문에 우울증·공황장애·자살 등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위로하는 청춘들의 새로운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나무 숲이 서로 위로하며 격려하는 상담소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 20대 우울증·공황장애 환자 갈수록 늘어.. 여성이 남성보다 많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는 20대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우울증 환자는 2012년 5만2793명에서 2016년 6만4497명으로 늘었다. 여성 우울증 환자는 163,189명, 남성 우울증 환자는 108,101명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증을 더 많이 앓고 있었다.

20대 공황장애 환자도 2012년 8024명에서 2016년 1만3238명으로 5214명 증가했다. 여성 공황장애 환자는 2만6617명, 20대 남성 공황장애 환자는 2만2713명으로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더 많았다.

지난해 12월 25일 새벽 1시에는 또 다른 대학 대나무 숲에도 1년 만에 부모님께 우울증을 털어놓은 사연이 올라왔다. 해당 글 역시 자정이 지난 시각에도 5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며 “너무 고생 많았어요”,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어요”, “너무 다행이에요. 응원할게요” 등 따뜻한 말들이 주를 이뤘다.

■ 위로하는 이유는 '공감', 스트레스 해소하는 '탈출구'
갈수록 청춘들의 삶은 팍팍해지고 의지할 곳도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얼굴도 모르면서 서로 위로하고 조언을 하는 이유는 ‘공감’이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 혹은 경험에 빗대어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무한 경쟁과 불안정한 사회 환경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도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대학 상담소에는 심리적 문제로 상담받는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서울디지털대 상담심리학과 이지영 교수는 “스트레스는 불쾌한 감정을 유발하고, 불쾌한 감정은 충분히 표현되면서 해소돼야 하는데 들어주고 이해하며 기다려주는 사람이 없다”며 “대나무 숲은 하나의 출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적어도 들어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얘기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안을 받으며 힘을 얻는 것”이라고 밝혔다.


성신여대 심리학과 서수연 교수(임상심리전문가)는 “요즘 대학생들은 경쟁에 찌들어 스트레스를 받아도 풀 곳이 없다”며 “정신과 진료는 돈이 없어 가지 못하고, 마음 편히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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