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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회복 더뎌… 한은, 금리인상 일단 '속도조절'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1 17:18

수정 2018.02.02 13:36

美 연준 3월 인상하면
한국과 금리 역전되겠지만
경상수지 흑자가 뒷받침
단기적으론 큰 영향 없을듯
이주열 한은 총재 ▶
물가회복 더뎌… 한은, 금리인상 일단 '속도조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오는 3월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은 물가와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해 당분간 현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역전 상황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장기간 이어진 경상수지 흑자와 원화강세로 외국인투자자금 유출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다소 우세하다.

■물가 우려, 금리인상 천천히

연준은 1월 3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25~1.50%로 동결했다. 물가는 중기적으로 2% 부근에서 안정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FOMC 회의 이후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 3월 금리를 인상할 것이 유력하며 올해 기존 예상보다 한 차례 많은 4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다. 한은 입장에서는 미국의 빠른 통화정상화 속도가 부담이다. 현재 미국과 같은 수준(상한선 기준)인 금리가 오는 3월 연준의 인상으로 역전될 수 있어서다. 이는 미국의 고금리 채권을 매수하기 위해 국내에 투자된 외국인 투자금이 유출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우려에도 한은은 당분간은 금리인상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FOMC 영향이 국내 금리인상을 앞당길 만큼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해서 다른 국내 경제적 요인들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상하기는 어렵다. 경기회복이 나쁘지는 않지만 금리를 올릴 만큼 과열된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은의 입장에서 고민거리는 '부진한' 물가다. 지난해 10월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물가안정 목표치(2%)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1.8%를 기록했고 11월 1.3%, 12월 1.5%에 그쳤으며 지난달 상승률은 1.0%에 불과했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낮은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켜 물가는 더 낮아지고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물가는 당분간 낮은 오름세를 보이다가 하반기 이후 높아지면서 물가안정 목표(2%) 수준에 근접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금리역전 부작용 우려 수준아냐

한·미 정책금리 역전으로 가장 큰 걱정은 외국인 투자 축소 및 유출이다. 이와 관련,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등 우리 경제는 건전성 측면을 고려하면 금리 역전이 즉각적인 외국인 투자 감소·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은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2012년 3월부터 69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도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7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외국인 투자에서 고려되는 조건은 환율이다. 최근 원화강세 현상이 두드러지는 만큼 한국 기준금리가 낮더라도 환차익을 거둘 수 있다면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갈 유인은 적다.


이처럼 경상수지 흑자 누적 및 원화 강세가 이어진다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거나 한국인 자금이 고금리 상품을 찾아 대규모로 해외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외국인 투자의 경우 금리뿐만 아니라 환율도 동시에 봐야 한다"며 "금리 변동의 충격을 최근 원화강세 현상이 완충해주는 측면이 있다.
더불어 증권시장에서도 긍정적 전망이 계속되고 있어 단기간에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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