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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가 고래를 삼켰으니..."호반건설-대우건설 인수후가 더 문제"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4 13:41

수정 2018.02.04 13:41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는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것으로 비유된다. 2016년 기준 양사의 자산규모는 대우건설이 호반건설그룹을 다 합친 것 보다 2배 이상 많고 매출액은 3배가 넘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M&A의 성공에 대해서는 낙관하면서도 인수이후 시너지와 재무적 부담에 대해서는 인색한 평가를 내놨다.

■신평사들 "사업구조상 시너지 기대 힘들다"
4일 기업신용평가사들은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에 대해 시너지 측면에서는 큰 기대를 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NICE신용평가 황덕규 기업평가5실장은 "최근 주택부문 신규 분양물량 감소와 불확실성 증가로 해외사업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주택전문그룹이 호반건설그룹 편입으로 대우건설의 해외사업물량 확대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신용평가 류종하 수석애널리스트도 "이번 인수로 사업 시너지가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하기에는 호반건설과 대우건설간 브랜드 인지도나 영업전략의 차이가 크다"면서 "호반건설의 브랜드 인지도가 제고될 경우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수주실적이 개선되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수자인 호반건설이 주택건축 중심의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대우건설의 해외건설 프로젝트 경쟁력이나 금융주선 역량제고 등에 큰 기대를 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수합병 성공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인수후보가 호반건설을 제외하면 없다시피 했고, 산업은행도 어느정도 확신이 있으니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인수자금 조달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인수이후의 화학적 결합은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은 이같은 우려에 대해 최근 "대우건설의 우수한 인력과 호반의 자금력이 합쳐지면 상당한 시너지가 날 것”이라며 일축했다

■산업은행 우산 벗은 대우건설, 재무적 영향은
이번 M&A는 2011년 업계 49위였던 호반건설이 불과 7년만에 업계 3위를 인수해 빅3로 올라선다는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특히 매출이 급성장 하면서도 개별기준 부채비율 16.2%, 그룹기준 부채비율 38.3%를 기록할 정도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가졌다는 데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M&A가 호반건설이나 대우건설 양측의 재무구조에 부정적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기업평가 최한승 수석연구원은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외화 장기차입금과 회사채 총 1조7870억원이 1년내 만기도래해 단기상환부담이 높은 수준"이라며 "산업은행 소유라는 긍정적 요소가 약화돼 당분간 차입금의 원활한 차환과 조달조건 등은 중요한 모니터링 사항"이라고 말했다. 특히 "호반건설그룹 전반의 부담 확대와 대우건설로의 재무부담 전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NICE신용평가도 산업은행의 잠재적 지원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재무적 융통성 감소와 유동성 위험증가 요인으로 거론했다.

한국신용평가는 "관계자 지원을 감안하더라도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인수대금은 호반건설에게 부담"이라며 "재무여력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인수 전 16.2%였던 호반건설의 부채비율이 지분인수 후에는 114.7%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워낙 대어를 M&A해서 시장의 우려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호반이 이런 우려를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시너지를 낼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빨리 내놓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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