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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딜레마']2년 연속 3%대 성장세라는데...물가는 왜 1%대 머무르나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4 15:20

수정 2018.02.04 15:20

우리 경제의 성장세에 비해 물가회복이 더디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성장률 측면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3%대 성장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있지만 국내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물가 상승률은 1%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해서다. 이 같이 낮은 물가 상승률은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하방압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원화강세가 더 크게 작용하다보니 공급물가를 낮추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도 경기 회복세가 소비 확대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다만 1% 수준의 낮은 물가상승률이라도 안정적으로 관리가 된다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화강세, 공급 가격 하락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수입물가는 전년동월대비 1.0% 하락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가 1%대로 하락한 10월부터 수입물가 상승률은 하락세를 보여 왔다. 전년동월대비 기준 수입물가는 지난 9월 10.8% 올랐지만 10월 6.8%, 11월 4.0%로 상승폭을 줄여오다가 12월에는 하락세로 전환됐다.

한은은 "국제유가의 상승에도 원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영향"이라고 밝혔다.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대표유종인 두바이유 배럴당 가격은 지난해 10월 55.82달러에서 12월에는 63.77달러 크게 올랐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129.48원에서 1085.95원으로 크게 하락했다. 원화 초강세가 국제유가 상승을 상쇄한 것이다.

수입물가는 소비자물가의 선행지수라고 할 수 있다. 수입되는 상품의 가격이 낮아지면 자연스럽게 생산품의 가격도 하락 압박을 받는다. 따라서 수입물가 하락세가 1.0%로 떨어진 1월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물가 낮은 것은 원화 강세 현상이 수입물가 인상을 상쇄시킨 영향을 봐야 한다"며 "원화 강세의 영향으로 해외 공급 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요인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배근 건국대학교 교수도 "환율이 수입물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언급했다.

■소비가 늘지 않으니...
공급과 함께 수요도 중요하다. 소비가 확대되면 물가는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된다.

소비를 확인하기 위해 참고할 수 있는 지표로 '평균소비성향'이 있다. 평균소비성향은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71.7%다. 지난 2010년까지는 77%를 넘었지만 지속 감소해서 70% 초반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더구나 소비가 기반이 되는 임금상승률도 높지 않은 상황이다.

물가수준을 반영한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실질임금 상승률을 보면 지난해 11개월 간 0.9%에 그치고 있다. 연간으로 봐도 지난 2014년 1.2%, 2015년 2.7%, 2016년 2.8% 등 임금상승률 자체가 낮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미래가 불안하다보니 돈을 절약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저축률은 높아지는데 평균소비성향은 낮아지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수요가 줄어들어 물가가 안 오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임금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임을 고려하면 1%대의 물가가 우리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용하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서비스업 물가가 올라가면 올 2·4분기 정도에 최저임금에 의한 물가 인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서민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면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다면 물가가 1% 수준에서 상승률이 안정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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