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데이트폭력, 法 판단과 상식의 괴리

국회의원 선거캠프에서 싹튼 연애가 결국 데이트폭력으로 이어지고, 여성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건은 충격이다. 2015년 4월 서울지역 재·보궐 선거에서 남성과 여성은 선거도우미로 만났다. 선거가 끝나고 남성은 국회의원 비서가 됐다. 이들은 기념일을 챙기고, 선물을 교환하며 통상의 연인들처럼 지냈다. 그러나 남자친구의 집착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제가 불거져 여성에게 짧은 옷을 입지 못하게 했고, 동성 친구와의 만남에서 연락이 없자 전화를 63통이나 걸기도 했다.

직접적인 손찌검도 일어났다. 남성은 여성이 힘들다며 헤어지자고 하자 목을 때리고 가슴을 밀친 데다 귀가한 여성에게 '나도 모자랐지만 너 또한 모자랐어'라고 문자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여성은 사흘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법원은 일반인의 잣대에 비해 관대하게 처벌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1심 재판부는 '폭행죄'로 기소된 그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형량이 낮다며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관대하다'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여성이 남성의 폭행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자살한 것은 분명히 사실이지만 법리적 판단에서는 달리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남성이 법원의 판단을 받은 것은 특정 시점에 벌어진 폭행이지 살인죄로 기소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 민사 재판부도 남성의 도가 지나친 폭력이 여성의 자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법리적 판단'에 쉽게 공감하기 어렵다는 게 유족만이었을까. 국민의 법 상식과 법원의 판단이 괴리된다는 지적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횡령, 배임 등 소위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이나 언론에 보도되는 성폭력범의 양형 사유에 걸핏하면 등장하는 '심신미약' 등이 그것이다. 국민이 쉽사리 수긍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도는 27%로 조사대상 42개국 중 39위에 그쳤다.

법의 판단은 대개 논쟁을 내포하고 있다는 해석이 있다. 모두가 만족하는 사법부의 판단은 이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법이 갖는 논쟁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사회 공동체의 신뢰다.
사회의 신뢰가 법 판단의 권위를 지탱해주기 때문이다. 최근 '검사내전'을 쓴 김웅 인천지검 부장검사는 사법부의 문제를 빗대 "방 안의 공기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오직 밖에서 들어가 본 사람뿐"이라고 지적했다. 환기가 필요하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