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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석방] ‘이재용의 컴백’..삼성, 무너진 컨트롤타워부터 재건하나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5 17:44

수정 2018.02.05 21:11

경영정상화 속도내는 삼성..전자-물산-생명 3대 소그룹 TF 만들어 컨트롤타워 활용..계열사간 사업 조율 할 듯
대규모 컨트롤타워 부담
미전실에 부정적이던 여론..지주사 전환도 이미 포기..남은 카드는 ‘CEO 체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년 만에 회사로 복귀하면서 향후 경영 정상화를 위한 컨트롤타워가 재건될 조짐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전자(전자계열사)-물산(비전자계열사)-생명(금융계열사) 등 3개 소그룹 체제에 각각 전담팀(TF)을 두고 이를 컨트롤타워로 활용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은 일단 무너진 컨트롤타워를 TF 방식으로 재건해 흐트러진 분위기를 바로잡고 서둘러 경영을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급한 대로 소그룹 TF 가동

5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오너 부재'라는 사상 초유의 경영환경에 맞닥뜨린 삼성은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에 컨트롤타워 성격의 TF팀을 신설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전자계열사의 전략과 인사업무를 총괄하는 사업지원 TF를 신설했다. TF장은 미래전략실 인사팀장 출신인 정현호 사장이 맡았다.


삼성물산도 지난달 11일 건설, 조선, 중공업 등의 전략업무를 총괄할 부사장급 조직인 'EPC(대형 프로젝트사업) 경쟁력강화 TF'를 만들었다. TF장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출신인 김명수 삼성엔지니어링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이 맡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3개 주력계열사가 소규모 TF를 통해 부문별 컨트롤타워를 맡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전자계열사, 삼성물산 중심의 비전자계열사,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계열사 등 3개의 소그룹 체제로 재편하는 정지작업이 TF 신설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증권과 보험계열사가 있는 삼성 금융계열사는 올해 정기인사와 조직개편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먼저 금융계열사의 사장단 인사를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삼성생명에 TF를 신설, 흩어진 조직을 재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TF의 역할은 과거 그룹의 구심점이 됐던 미래전략실의 기능과 비교하면 극히 제한적이다. 각 계열사 간 최소한의 사업적 조율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지만, 그 효과가 시너지를 내기보단 현상유지에 국한될 수 있어서다.

■컨트롤타워 덫에 빠진 삼성

그렇다고 TF 조직을 상설 조직으로 격상시키거나 그룹 차원의 새 조직을 만드는 것도 부담이다. 상설 조직은 비선 조직으로 과도한 경영활동이 문제된 미전실의 부활로 비칠 수 있고, 여론은 삼성의 컨트롤타워 자체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합법적으로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되는 지주회사체제 전환이다. 삼성은 그러나 지난해 4월 지주회사 전환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그룹에 회장 타이틀은 이건희 회장이 마지막"이라며 삼성그룹의 부활 가능성을 원천차단했다.

따라서 이제 삼성에 남은 카드는 전문경영인(CEO) 체제 정도다. 이미 삼성은 CEO 비상체제를 가동하면서 각 계열사의 자율권을 강화했다. 완전 CEO 체제가 공식화하면 현재 사장단 인사를 마친 각 계열사의 사장 및 사업부문장이 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CEO 체제는 장기적인 성장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CEO 체제는 계열사별 각자도생과 옥상옥이라는 구조 탓에 그룹 내 계열사 간 실세 다툼으로 번질 수 있는 우려가 크고, 단기 실적에 치우쳐 멀리 보고 투자하기 힘든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 대규모 인수합병(M&A)과 투자를 단행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도 현재 이 부회장을 대신할 사람이 없다"고 덧붙였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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