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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낮은 분양가’ 그림의 떡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5 19:31

수정 2018.02.05 19:31

분양 '로또' 라지만… 과도한 중도금 부담 커
돈 있는 사람에게만 기회.. 분양가상한.대출제한 등 '착한 규제' 얽혀 부작용
강남 ‘낮은 분양가’ 그림의 떡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통제로 새로 짓는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고 있지만, 현금이 넉넉하지 않은 이들에겐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분양가 9억원 이상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도소득세를 강화한 탓에 분양권 매물 품귀현상이 나타나면서 그 가치는 더 상승하고 있다.

■강남 '로또 아파트' 속출…현금 부자만 웃는다

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2월 대비 2017년 12월까지 3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은 평균 15.34% 상승했다. 강남구 24.03%, 강동구 19.75%, 강서구 19.18%, 서초구 17.21%, 송파구 16.94%, 양천구 16.68% 순이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HUG 월간 동향 자료 기준)는 2023만원에서 2213만원으로 9.39%(190만원)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시세 평균 상승률과 6%포인트가량 차이가 났다. 강남권은 그 격차가 2배가량 벌어졌다.

이는 HUG가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HUG는 분양보증 심사 시 새 아파트가 1년 내 인근에서 분양한 단지의 평균 분양가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1년 이내 인근에서 분양한 사업장이 없으면 인근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의 110%를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분양가를 정하게 하고 있다.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가 작동하는 셈이다.

문제는 HUG의 이런 규제가 다른 규제와 얽혀 만들어내는 부작용이다. 이를테면 '착한 규제의 역설'인 셈이다.

실제 시장에선 낮은 분양가를 프리미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가 그렇다. 이 아파트는 평당(3.3㎡)당 평균 분양가를 4400만원대에서 4137만원으로 300만원 이상 낮춰 분양승인을 받았다.

업계 예상보다 낮은 분양가가 책정되자 청약경쟁률은 100대 1이 넘게 치솟았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센트럴자이' 분양가도 평당 4250만원으로 책정되면서 1순위 청약경쟁률이 168대 1을 넘었다.

문제는 대출이다. 작년 7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S)가 분양가 9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해선 중도금 대출 보증을 해주지 않기로 하면서 집단대출 통로가 막혔다. 이 탓에 주변 아파트 시세에서 분양가를 뺀 만큼의 시세차익은 중도금까지 치를 수 있는 현금부자에게 모두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선 "과도한 분양가 통제로 오히려 돈 있는 사람들에게 '로또'의 기회를 안겨주고 있다"며 "투기 열풍을 부추기는 역효과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분양권 거래량, 작년 12월 718건→올 1월 402건

이러다보니 아파트 분양권의 가치는 더 상승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402건이다. 작년 12월 718건과 견줘 44% 줄었다. 한 달 만에 반토막 났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양도소득세율 상향을 그 원인으로 봤다. 1월부터 서울 등 청약조정대상지역 분양권 양도소득세율이 50%로 상향했기 때문이다. 작년까진 분양권 보유 기간이 '1년 이상~2년 미만'이면 40%, '2년 이상'이면 6~40%의 세금만 내면 됐다.

특히 분양가가 주변시세와 격차가 큰 강남권의 분양권 거래가 급감했다. 강남구는 12월 42건에서 이달 3건만 거래가 성사됐다. 서초구 51건→6건, 송파구 100건→30건 등이다. 웃돈이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용 59㎡ 분양권은 작년 12월 13억900만원으로 최고 실거래가에 신고됐지만, 현재 18억대 매물이 등장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은 2개월 전에는 평균 12억원 안팎이었지만 최근 14억5000만원으로 급등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 전용 84㎡는 이달 19억9385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분양 당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곳이지만, 최근 거래가격이 분양가보다 4억5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양 소장은 "공급 물량 부족에 양도세 부담에 따른 분양권 매물 품귀현상으로 프리미엄은 더 올라가는 분위기"라며 "수요 억제책이 아니라 강남 집값의 근본적인 원인인 공급 부족 해결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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