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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기 "ECB, 전환기 없는 브렉시트 대비"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6 08:58

수정 2018.02.06 08:58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영국이 유럽연합(EU)과 전환기 협정 없이 곧바로 EU에서 탈퇴(브렉시트)하는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이날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ECB는 언제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위기의 방향과 가능성, 잠재적 충격에 대해서도 평가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ECB로서는 영국과 EU간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영국이 순식간에 EU에서 탈퇴할 경우도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U와 영국 간에 아무런 협정도 없이 브렉시트가 실행되는 '하드 브렉시트' 역시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드라기 총재는 협상이 잘 진행돼 중대한 위협이 없든지, 아니면 차질을 빚어 위기가 초래되든지 ECB는 어떤 경우이건 특정 사태를 염두에 두고 그에 대한 대비기 돼 있어야 한다는 점이 바로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5월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한 영국은 지난해 3월 EU에 브렉시트를 통보했고, EU 규정에 따라 통보 2년째가 되는 내년 3월에는 EU를 탈퇴하게 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그러나 브렉시트에 따르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 내년 3월 이후에도 한동안 영국이 EU 단일시장 내에 남아있는 것 등을 포함한 충격완화 장치로 전환기협정을 EU에 제시한 바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여당인 보수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영국의 입장이 오락가락하는데다 EU는 일단 브렉시트 협상을 끝낸 뒤에나 전환기협정을 위한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어 전환기 협정이 맺어질지 여부는 불확실한 상태다.

드라기 총재는 "현 단계에서 ECB는 영국과 EU의 미래 관계가 어떤 모습을 띨지에 대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환기 없이 영국이 탈퇴하더라도 브렉시트가 금융산업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과 규제에 관해 긴밀히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드라기 총재는 "시장 감시자로서의 ECB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어떤 극적인 사건들에 따른 잠재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BOE와 원활한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ECB가 인식하기로는 전환기협정이 구체화될지 여부는 여전히 정치적인 불확실성에 싸여있으며 이같은 불확실성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메이 총리는 영국이 EU의 통상정책에 묶이는 관세동맹에는 남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 방안이 그대로 추진되면 브렉시트 이후 영국 기업들은 최대 교역상대방인 EU와 교역에서 유무형의 상당한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메이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미셸 바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책임자에게 이같은 의사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는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이 배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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