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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릴수도..안올릴수도’..더 복잡해진 금리딜레마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7 18:02

수정 2018.02.07 20:57

美 예상보다 빠른 긴축속도.. 한.미 금리역전 불가피한데…
한은 금리인상땐 ‘증시불안’ 가계부채 이자부담 커져
'테이퍼 텐트럼(긴축에 따른 과민반응).' 선진국의 양적완화 축소 정책이 신흥국의 통화가치와 증시 급락을 불러오는 현상을 의미하는 용어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4차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 증시가 폭락했고 이에 영향을 받은 신흥국 증시와 통화가치도 조정받았다. 이에 따라 테이퍼 턴트럼 현실화에 대비한 한국은행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국내 경기상황이 뒷받침되지 않다보니 한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늘어난 위험자산과 저물가 상황이 한은이 기준금리 등을 움직일 수 있는 운신 폭을 좁히고 있는 것이다.

■커진 위험자산, 커지는 우려

7일 금융시장과 한은에 따르면 미국이 올해 4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은이 지난달 18일 개최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A금통위원은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더욱 진전된다면 2013년 테이퍼 텐트럼 당시와 같이 신흥국에서 자본이 대거 유출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테이퍼 텐트럼 대응 차원에서 한은도 통화정책 정상화를 빠르게 가져갈 필요가 있지만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식시장 등과 같은 위험자산이 금리인상에 따른 조정압력을 견딜 수 있을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산한 거래소 시총은 1조7718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16년 말 1조2822억달러보다 38.19% 증가한 값이다. 저금리 시기 풀린 유동성자금이 주식시장 등과 같은 위험자산으로 몰렸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지난 금통위에서 한 위원은 "서울지역의 주택가격 상승이 최근 코스닥 강세, 가상통화 열풍 등과 마찬가지로 그간 금융의 온화기조(긴축이 아닌 유동성을 풀어주는 기조를 의미)가 장기화되면서 경제주체들의 위험선호 경향이 증대된 데 따른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걸림돌 된 낮은 물가상승률

결국 한은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국내 경기가 중요하다. 특히 물가상승률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지난해 10월부터 물가안정 목표치(2%)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인상은 국내 경제지표가 동반돼야 한다"며 "아직 물가 수준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려야 할 상황은 아니다. 향후 지표를 보고 결정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변수는 최저임금이 될 수 있다. 올해 16.4% 인상된 최저임금 인상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이후에 물가에 본격 영향을 줄 전망이다.
최저임금으로 물가가 예상보다 높아진다면 한은도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에 의한 물가인상을 금리인상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 부문에 타격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최저임금에 의한 물가 압력은 통화정책에 의한 물가 압력이라고 볼 수 없다"며 "최저임금에 의한 물가인상으로 보고 통화정책을 펴는 것은 경제 타격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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