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인정보보호 정책 무시하는 애플

국내 1호 매장 연 애플 "가입자 정보 확인, 신분증 스캐너 대신 자체 앱으로 하게 해달라"

애플의 국내 첫 공식 매장인 '애플 가로수길'이 문을 열었지만 신분증 스캐너 도입을 두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신분증 스캐너는 신분증 무단복사와 같은 개인정보 도용을 차단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의무 도입을 추진해 지난 2016년부터 이동통신사 대리점은 물론 유통점에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은 신분증 스캐너 대신 자신들 시스템을 활용한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가입자를 유치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국내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가로수길 매장에서 가입자를 유치할 때 신분증 스캐너 대신 아이패드 앱을 활용해 개인정보를 확인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직접 계약하지 않은 업체의 기기인 신분증 스캐너를 애플 스토어에 비치할 수 없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애플 가로수길은 여전히 대리점 지위를 확보하지 못해 자급제 단말기만 판매하고 있다.

애플의 무리한 요구에 이통사들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방통위가 신분증 스캐너 도입을 추진할 당시 이통사들은 개인정보보호라는 원칙에 찬성해 대리점과 유통망에 신분증 스캐너를 들여놓았다. 그런데 애플이 신분증 스캐너 외에 무선을 활용한 아이패드 앱으로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하면서 형평성 문제가 발생했다.

애플이 이통사에 iOS용 가입자 정보 확인 앱의 별도 제작을 요구하면서 이통사들은 애플에만 특혜가 될 수 있는 조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자신들만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이통사들도 애플에만 특혜를 주는 조치에 쉽게 동의할 수 없어 대리점 지위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방통위도 애플의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민감한 개인정보가 아이패드에 남게 되면 개인정보유출과 같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여기다 애플에만 예외를 인정해줄 수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애플이 국내 정책을 따르지 않는 이상 가로수길 매장에서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는 일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신분증 스캐너 도입 취지가 개인정보의 안전한 보호인데 무선 아이패드로 개인정보를 확인한다면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유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애플이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고 싶다면 국내 정책에 맞게 프로세스를 따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