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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곡선 정상화, 당분간 험난한 길 예상된다”<신금투>

구수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9 09:24

수정 2018.02.09 10:38

작년 9월 말부터 시작된 국고채 10*30년 금리 역전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신한금융투자의 신얼, 안재균 연구원은 “국고채 10년물 대비 30년물 금리 스프레드는 -7.8bp를 기록했다. 4개월 이상 역전 현상이 지속돼 기간 프리미엄에 대한 왜곡 현상이 심화됐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다음은 신한금융투자의 분석내용이다.

■왜곡된 수익률 곡선을 둘러싼 환경

최근 금리 상승세는 거칠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6년 5개월 만에 작년 11월 기준금리를 1.50%로 상향조정했다.
경기 회복세 및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 등에 근거해 금리 인상은 추가적으로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부터 상승 압력은 단기물부터 중기물로 확산됐다. 다만, 초장기물에 미친 영향력은 중단기물보다 미약했다.

장기물 금리 스프레드 역전 현상은 중기화 흐름으로 넘어가고 있다. 2016년 12월 일시적 금리 역전이 진행됐으나 약 1주일 만에 정상으로 돌아왔다.

국고채 시장에서는 단기물 비중이 축소되는 반면 장기물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유통시장의 유동성은 빠르게 저하되고 있다. 2016년 국고채 거래량은 5,499조 원으로 23%나 증가한 반면, 2017년은 12.4% 하락한 4,814조원을 기록했다. 2017년 전체 국고채 시장의 회전율은 879.0%였다. 금리 하락기 이전인 2012~13년의 경우 1200% 수준이었고 그 이후에는 대략 900~1000% 정도를 배회했다.

회전율이 하락하면 채권 수요자는 유통시장보다 발행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국고채 장기물에서는 이 의존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국고채 만기물별 월간 회전율에 있어서 중단기물은 평균 80~300%를 기록하나, 초장기물의 경우에는 5~20% 회전율에 그친다. 초장기물의 잔액 비중은 2017년 9월부터 30%를 상회했지만 회전율은 지속적으로 하락세다. 즉, 초장기물에 대한 수요는 급증했고 대기 매수세도 풍부하나, 공급 부족과 유동성 저하로 매물 품귀 현상이 촉발되고 있다.

■보험사 수요에 장기물 강세 지속

한국은행을 비롯해 미국 등 글로벌 시장이 전형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보험사는 보험부채 시가평가 IFRS 17 도입까지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운용자산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채권의 계정 분류 변화로 대응하는 회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2017년 9월말 기준 보험권의 국내채권 자본운용 규모는 약 487.7조원으로, 전체 운용자산 가운데 62.9%를 차지한다.

보험사들의 국내채권에 대한 계정 재분류는 비교적 활발히 진행 중이다. 2016년말 대비 국내채권의 일반계정 내 매도가능증권 및 만기 보유증권 규모는 각각 302.5조원, 98.5조원이었다. 2017년 9월말 각 계정은 208.0조원, 126.4조원으로 변동됐다. 매도가능증권은 22.5조원 감소한 반면, 만기 보유증권은 27.9조원 증가했다.

일반계정의 국내채권 계정별 비중 역시 크게 변했다. 동일 기간 동안 매도가능증권은 75.2%에서 68.6%로 하락했다. 반면, 만기보유증권은 24.5%에서 31.0%로 크게 확대됐다. 만기보유증권의 비중이 30%를 상회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 확인되는 변화다.

신금투는 금리 리스크에 일반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취하는 보험사로 ING생명을 들었다. 이 회사는 매도가능증권의 보유 채권인 약 20.9조원 중 10조원을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하기로 했다.

반대로 교보생명은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 계정으로 재분류하며 상반된 전략을 취했다. 2017년 9월말 기준으로 만기보유증권 29.4조원과 기존 매도가능증권의 채권 보유액 15.2조원을 합할 경우, 44.6조원의 채권 보유잔액이 시가평가 대상으로 운용되게 된다.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 우려가 존재함에도 자산 부채 듀레이션 갭 축소를 우선시한 전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험권의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가 2018년 장기물 발행비중을 35%내외로 확대하기로 결정했지만 보험권의 국내채권 필요액이 41.5조원으로 추산됐음을 감안하면 수급 여건은 타이트하다. 즉, 수요측인 보험권의 대기 매수세가 상당하며, 이로 인해 원화채권 장기물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만약 국내 채권시장에서 필요액을 충당하지 못한다면 해외 채권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그러나 환헤지 비용(스왑 포인트)을 차감할 경우에는 투자 매력이 낮아지게 된다. 미국채 30년물 금리가 한국보다 37bp 높기 때문에 미국 장기 채권의 투자 수익률이 높아 보일 수 있으나 스왑 포인트를 차감하면 금리차는 -44bp로 오히려 마이너스 전환된다. 선물환과 현물환의 차이인 스왑포인트의 마이너스 폭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스왑포인트 추가 하락 가능성을 감안하면, 미국 국채 30년 금리가 현재 높더라도 실제 투자 매력은 낮게 추정된다.

■투자전략과 초장기물 커브 정상화

앞으로도 시장금리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신금투는 2월 금리 변동범위를 국고 3년 2.20~2.42%, 5년 2.50~2.75%, 10년 2.67~2.95%로, 금리 스프레드는 국고 3*10년 40~53bp, 5*30년 0~15bp로 예상했다.

초장기물의 수급 불균형도 단기간 내 해소가 어렵다. 국고채 시장의 장기물 발행 비중은 확대되고 있지만 그 속도는 완만하다. 기재부 역시 채권 투자자의 입장만을 고려해서 일방적인 장기물 발행량 증대를 추구하기에는 어려운 입장이다. 반면, 국고채 장기물의 수요자라 할 수 있는 보험권을 비롯해 연기금, 투신, 개인 등의 수요는 매우 견고하다.


회계 제도의 변화와 함께 금융당국의 자본 적정성 강화 방침으로 보험사는 듀레이션 확대를 위해 초장기물 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수급 불균형으로 매물 품귀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


해외 투자라는 방안이 있음에도 스왑 포인트를 차감한 미국 국채 투자는 편익이 충분치 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당분간 초장기물의 커브 역전 현상은 지속될 확률이 매우 높다.

crystal@fnnews.com 구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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