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세계가 30년 만에 다시 보는 한국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

서울에서 하계올림픽이 열리던 30년 전에 귀가 닳도록 듣던 지금 생각하면 좀 유치하게 들리는 구호다.

스포츠 경기 시청을 좋아하는 필자는 1986년 서울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렸을 때 고3 수험생이어서 직접 경기장에 갈 수 없었고, 밤늦게 학교에 남아 공부하느라 중계방송도 제대로 못 봤었다.

1987년 재수 끝에 대학에 합격했을 때 가장 좋았던 것은 서울올림픽을 마음 놓고 볼 수 있게 됐다는 안도감이었다.

특히 외국에서 서울올림픽을 어떻게 보는지가 궁금해 인터넷이 없던 당시 타임지를 통해 지금은 공중파 송출이 중단된 AFKN으로 미국 NBC방송의 중계도 틈틈이 봤다. 30년 전 세계는 극동의 작은 나라, 아시아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두번째 하계올림픽을 개최한 개발도상국 한국에 주목했다.

당연히 우리의 여러 면이 노출됐다.

높은 교육열 같은 긍정적인 것이 있었는가 하면 우리는 잘 준비한 잔치의 좋은 면만 보여주고 싶었지만 고아들의 해외입양이나 당시 최루탄이 난무하던 대학 캠퍼스 같은 부정적인 면에도 외신들은 관심을 가졌다.

경기장에서 판정 시비에 한국 선수단이 일으킨 소동이 명백한 잘못인데도 우리 언론들은 우리 선수단의 책임은 언급을 피하면서 외국 방송사가 편파 보도한다고 비난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토론 문화와 비판 수용이 부족했던 우리가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다.

정보기술(IT)의 급격한 발전을 비롯해 세상도 많이 바뀌었고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나 인프라, 생활수준, 위상은 그때와 몰라보게 달라졌다.

미국에 있는 친구들은 코리아 하면 세계에서 인터넷망이 가장 잘 갖춰진 나라라는 것을 다 안다.

소셜미디어 시대를 맞아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 세계 언론들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네티즌들이 한국을 자세히 보면서 세계에 전달할 것이다.

30년 전은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행도 되기 전이었고 당시 세계를 보는 우리들의 시각은 폐쇄적이고 비좁았지만 지금은 여행도 자주 다니고 다양한 문화와 음식도 많이 경험하는 시대다.

30년 만에 한국땅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평창동계올림픽이 9일 시작됐다.

하계올림픽과 달리 비록 동계올림픽이 주로 추운 북반구 국가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대회지만 세계의 청년들이 국경과 이념을 초월해 한자리에 평화롭게 모이기란 쉽지 않다. 올림픽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좋은 기회를 두고도 시선이 북한의 고위급 인사와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에 너무 빼앗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앞으로 상당 기간 아시아, 아니 동북아가 올림픽의 중심지가 될 것이다.

2년 뒤에는 도쿄에서 하계올림픽, 2024년에는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등 동북아 3개국이 2년 간격으로 올림픽을 개최하는 유례없는 일이 예정돼 있다. 2026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일본 삿포로가 유력하다는 외신 보도도 있다. 이 같은 아시아의 올림픽 개최 릴레이를 한국이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는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에 쏟아부은 돈이 100억달러라고 보도했다.


다시 한번 막대한 돈을 들여 한국땅에서 열리는 올림픽, 세계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외국의 지적도 우리의 앞으로 발전을 위해서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성숙한 면도 보였으면 한다. 30년 전과는 많이 달라진 한국의 모습을 세계가 보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