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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채권전망] 와일드카드로 떠오른 美CPI…수익률 3% 돌파 기폭제 되나

장안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12 07:27

수정 2018.02.12 08:56

2년간 미국 국가부채를 3000억달러 늘리는 장기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처리된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금융시장에서 장기국채와 주가가 장 후반까지 동반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주가는 한때 2% 가까이 밀렸고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2.86%대로까지 뛰었다(가격 하락). 시장에는 채권자경단이 출격해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고 한다.

대규모 감세와 인프라 투자에 더해 예산증액이 확정됨에 따라 불어날 재정적자를 우려한 것이다. 재정적자가 경기침체를 불러올 연쇄반응을 초래할 위험에 투자자들은 잔뜩 움츠러들었다. 또한 급증하는 재정적자를 메우려면 국채발행은 장기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예산증액, 다음 금융위기 불씨 될 수도”

‘책임 있는 연방예산 위원회(CRFB)’에 따르면 이번 예산증액으로 미 재정적자가 향후 10년간 4200억달러가 늘어난다(이자지급 포함). 이 법안을 영구화하면 오는 2027년까지 2조달러가 넘는 누적적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게다가 감세로 인한 1조달러와 인프라 지출 1조5000억달러는 별개다.

막대하게 증가하는 재정적자에 반해 장기 성장부양 효과는 불확실하다. 이날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모델은 1분기 성장률을 4.0%로 전망했다. 미 경제방송 CNBC는 예산안의 단기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 효과에는 의구심이 크다며 최근 시장이 요동친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보도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경기침체가 찾아온다면 2년 장기예산안이 다음 금융위기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주가폭락은 투자자들이 예산증액에 따른 올해 성장효과를 기대하기는커녕 인플레이션 급등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매파적 기조 중요한데 여전히 조심스러운 연준

이날 재정적자 우려가 장기물 수익률에 상승압력을 가한 와중에도 정책금리 전망을 반영하는 2년물 수익률은 되레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연방준비제도가 여전히 금리인상 속도를 온건하게 조절할 것이라는 예상을 반영한 셈이다.

연이은 주가폭락 앞에 연준 관계자들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선뜻 매파적 통화정책 기조를 강조하려는 이가 없다. 이같은 태도는 달러화의 추가 반등을 제한하고 있다.

연준의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적자재정 조달에 연준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지원한다면 달러화 가치는 다시 떨어지고 장기국채 가격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또한 2년물 수익률이 상승해야 달러화 강세로 주가가 하락하는 진정한 주식시장 조정이 가능할 터이다.

이번 주에는 매파에 가까운 중도파인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연설에 나선다.

■주가 변동성 계속될 듯…주식 ETF 자금이탈 주목

채권시장과 상호 연쇄작용을 해온 주식시장도 당분간 변동장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거칠어진 시장을 거치면서 알고리즘 기반 펀드 매물이 급증했다고는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총 운용자산이 얼마인지 정확한 정보가 없다.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매물이 이어질 수도,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이탈이 한층 빨라질 수도 있다.

최근 변동성을 추종하는 알고리즘 기반 펀드가 주식시장을 강타한 가운데 주식형 펀드에서도 막대한 자금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동향 정보업체 EPFR 집계를 보면 지난 7일까지 한주간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서 306억달러가 순유출됐다. 2004년 이후 최대 주간 유출액이다. 미국 쪽에서 330억달러가 빠지며 사상최대 유출액을 기록했다.

케네스 워싱턴 JP모간 애널리스트는 “최근 VIX선물 감소규모는 빙산의 일각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며 경계심을 풀지 말도록 조언했다.

프라빗 친타웡바니히 매크로리스크어드바이저스 전략가는 “변동성 폭발 위험이 사라진 만큼 VIX선물의 실현변동성과 VIX옵션의 내재변동성은 감소할 것 같다”면서도 “VIX 상장지수상품(ETP) 매물이 아직 압박을 받지 않은 만큼 VIX 급등 문제가 해소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듯하다”고 분석했다.

■美·英·獨 물가와 연준 관계자 입 주목

이번 주 채권시장 변동성 증폭의 기폭제가 될 만한 재료는 단연 미국·영국·독일 물가지표다. 에너지·식품가격을 제외한 미 1월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월비 0.2%, 전년비 1.7% 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서프라이즈를 연출할 경우 10년물 수익률이 3%를 상향 돌파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12월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월비 0.3%, 전년비 1.8% 상승한 바 있다.


최근 영란은행(BOE)이 조기 금리인상 신호를 보낸 가운데 영국 1월 생산자물가도 주목된다. 독일 1월 소비자물가는 향후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방향을 전망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이번 주 예정된 글로벌 경제지표 및 이벤트 일정은 다음과 같다.

2월12일: 일본 ‘건국기념일’로 금융시장 휴장, 미 1월 재정수지

2월13일: 일본 1월 생산자물가 및 소비자물가, 영국 1월 생산자물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연설

2월14일: 일본 4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 일본 12월 소매판매, 독일 4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 독일 1월 소비자물가 최종치, 유럽연합 4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 유럽연합 12월 산업생산, 미 1월 생산자물가, 미 1월 소매판매, 미 12월 기업재고, 미 에너지정보청(EIA) 주간원유재고,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상원 증언

2월15일: 중국 구정연휴로 금융시장 휴장(~21일), 일본 12월 산업생산, EU 12월 무역수지, 미 주간실업수당 신규신청건수, 미 1월 생산자물가, 미 2월 필라델피아 연은 제조업지수, 미 1월 산업생산,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 주택가격지수, 미 70억달러 규모 30년물 물가연동국채 입찰

2월16일: 미 1월 주택착공 및 건설허가, 미 1월 수출입물가, 미 2월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 잠정치
godblessan@fnnews.com 장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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