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펀드·채권·IB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LG화학에 몰린 2조 넘는 돈..회사채 발행시장 달아오른 이유

장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13 14:32

수정 2018.02.13 15:24

사진=파이낸셜뉴스, LG화학 여수공장
사진=파이낸셜뉴스, LG화학 여수공장


LG화학이 회사채 수요 예측제도 도입 이후 사상 최대규모인 1조원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LG화학은 12일 유가증권 발행 정정신고서를 통해 당초 예정액 5천억원의 두 배인 1조원의 회사채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발행 목적은 시설자금, 차환자금 등으로 기재했다. 시설투자를 확충하는 동시에 회사채 만기 상환을 위해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리는 것이다. LG 화학은 7700억원을 생산시설 확장에 사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실적 호전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투자확대에 나선 모습이다.


회사측은 회사채 수요 예측 결과 2조 16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몰려 당초 계획보다 더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발행사와 주관사가 투자자들에 희망금리를 제시한 결과 수요가 상당히 많아 대규모 발행에 나서는 셈이다.

LG화학은 3년물 1900억원, 5년물 2400억원, 7년물 2700억원, 10년물 3000억원을 발행한다. 금리는 민평금리보다 1~7bp 낮은 수준으로 확정됐으며 최종적으로 19일에 결정된다.

지난 2012년 수요예측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전까지 역대 최대 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했던 주체도 LG화학이었다. LG화학은 지난해 5월 역대 최대의 수요예측규모인 1조7700억원을 바탕으로 역대 최대규모인 8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이번엔 이보다 더 많이 돈이 몰렸고 더 큰 규모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다.

■ 금융시장 급변동 와중에 회사채 발행에 몰린 돈, 굳이 유통시장 이용하기 보다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심화됐지만 우량한 회사채에 돈이 몰리고 있다. A급 채권들의 경우 민평보다 10bp 이상 낮은 금리로 채권이 발행되기도 했으며, AA급 채권들도 강하게 발행되고 있다. 유통시장에서 크레딧물이 보여줬던 부담과 달리 발행시장은 풍부한 유동성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주 LS전선(A+)의 3년짜리 발행금리 민평 대비 -60bp, 5년물은 -50bp에서 결정됐다. 발행금리는 각각 2.751%, 3.328%였다. 특히 3년짜리 700억원 모집에 8100억원에 달하는 수요가 유입되면서 11.6배라는 높은 유효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롯데오토리스(A0)의 수요예측에서도 자금이 대거몰려 발행금리가 -50bp 수준에서 결정됐다. 3년짜리 채권의 수요 예측금액은 300억원이었으나 발행금액은 500억원으로 증액됐다. 이 채권엔 유효수요가 1000억원 몰렸으며, 발행금리는 3.571%였다.

SKC가 9일 1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수요예측을 실시했을 때는 모집액의 5배가 넘는 5600억원의 유효수요가 뛰어 들었다. A급 회사채에 대한 오버부킹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금리 수준 메리트가 있고 특별한 신용 위험이 없는 회사채 발행에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무드 속에 보다 등급이 높은 LG화학(AA+)엔 2조원이 넘는 자금이 대거 몰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 '여러 박자 갖춘 발행시장의 봄'..자금 풍부한 데다 높은 금리 인기
지난해 말 크레딧 시장이 두드러진 강세를 보이면서 신용 스프레드가 축소 여력이 줄어든 최근에 크레딧 유통시장 쪽은 약세 무드를 나타냈다.

하지만 발행 사이드에선 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온도차가 크다.

박진영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 변동성이 커지고 금리 방향성을 찾기 어려우니 발행 쪽에 캐리 수요가 몰렸다"면서 "일단 발행되는 물량이 많다보니 발행시장에서 물량 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발행시장의 호조는 유통시장 부진과도 연결된다. 연휴 전후로 투자심리가 둔화된 것도 발행시장으로 자금이 몰린 이유"라며 "연휴가 끝난 뒤에도 지금과 상황이 그렇게 달라질 것같지 않으며 유동성이 풍부해서 이 분위기가 쉽게 꺾일 것같지는 않다"고 풀이했다.

현재 유통시장에선 크레딧 채권 거래가 잘 되지 않고 있으며 발행시장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발행시장으로 유동성이 대거 몰리는 데는 리스크 관리 심리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하기엔 자본 이득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지금은 이를 기대하기가 만만치 않아 정기적으로 떨어지는 이자를 먹자는 캐리 수요가 많다. 자금을 맡기는 쪽 역시 적극적으로 매매하는 사람에게 돈을 주기 꺼린다.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현재 금리 상승으로 시가 펀드들이 손실을 많이 본 상황이며, 신규로 자금집행하는 입장에선 앞으로도 금리을 예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따라서 채권 자금을 집행한다면 크레딧형이 낫다고 보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캐리 수요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매칭시켜 놓으면 시가평가 손실이 안 생기니 자본이득과 이자수익 가운데 후자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셈"이라고 풀이했다.

지금 발행시장으로 돈이 몰린 데는 △ 최근 금리급등에 따른 캐리 메리트 △ 작년 11, 12월 발행이 별로 없었던 데 따른 연초의 발행 수요 △ 최근 불안정한 시장 흐름에 따른 리스크 회피 심리 △ 연초 집행자금 △ 크레딧 리스크 부재 등 여러 조건이 충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권사의 한 발행 담당자는 "우선은 캐리 수요 차원에서 발행시장으로 돈이 많이 들어온다"면서 "최근 자산운용사나 증권사 상품, 보험 가릴 것 없이 기관들이 많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LG화학 장기물엔 연금이나 보험 일임자산 등이 다 관심을 보였다. 연초에 자금 들어오는 퇴직계정 등 연초용 수급도 좋다.
지난해 회사채 발행을 연말 대신 10월에 당겨서 한 데 따른 이월수요 등도 작용한다. 아울러 건설이나 조선, 해운 사태 등이 일단락돼 크레딧 위험도 굉장히 낮아 사람들이 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지금 발행시장엔 여러 박자가 갖춰졌다"고 덧붙였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