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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활용, 비식별화 아닌 재식별화를 강력 제재해야"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0 16:46

수정 2018.02.20 16:46

"더이상 개인정보 수집을 막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막을 것이 아니라, 비식별조치를 통해 유통된 개인정보를 다시 식별할 수 있도록 재식별화하는 기업에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4차 산업혁명의 원유라고 불리는 데이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개인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선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를 재식별화하는 기업을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4차 산업혁명 TF(위원장 송희경)가 주최한 '빅데이터 산업, 무엇이 발복잡는가?' 토론회에서 참여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선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개인정보를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조발제를 맡은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은 현실과 가상의 세계가 데이터로 연결된 사회로, 데이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라며 "지금 우리는 4차 산업혁명만 외치면서 그 열쇠인 데이터 활용에 대해선 온갖 규제로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왼쪽)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빅데이터 산업 무엇이 발목잡는가?' 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진행하고 있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왼쪽)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빅데이터 산업 무엇이 발목잡는가?' 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이민화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개인정보 제도는 개인정보를 보호하지도 못하면서, 활용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수집한 개인정보를 마구 활용하거나 유출해도 마땅히 징벌할 수 있는 수단도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부 공격을 통해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들은 수천만원이나 수억원 정도의 과징금을 내는데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정부도 지난 2016년 개인정보 비식별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가이드라인으로는 개인정보 활용을 촉진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이사장의 설명이다. 비식별화된 정보를 다시 개인을 특정할 수 있도록 재식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식별화는 기업들이 수집한 개인정보를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변환하는 것이고, 재식별화는 비식별화된 정보를 다시 개인을 특정할 수 있도록 변환하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가이드라인대로 비식별화한 정보를 누군가 다시 재식별화하면 재식별화한 사람이 처벌받는것이 아니라 비식별화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식별화를 한 사람이 처벌받는다"며 "기술적으로 완전한 비식별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재식별화하는 사람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민화 이사장은 개인정보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비식별화를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이드라인 수준이 아니라 어느 정도 비식별화를 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비식별화된 정보가 재식별화될 수 있기 때문에 재식별화를 한 기업이나 사람을 강력하게 처벌하자는 것이다.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재식별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강조했다. 최병철 스마트구루 대표는 "비식별화된 정보를 재식별화하는 기업은 그 업종에서 완전히 퇴출시킬 수 있는 어마어마한 제재를 가해야 개인정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병철 대표는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은 결국 극단적인 개인화 서비스를 받는 시대로, 내가 내 정보를 주면 더 완벽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런 완벽하 서비스를 원하면 내가 개인정보를 주고, 원치 않는다면 개인정보를 주지 않을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해외 주요 국가의 개인정보보호법 비교
국가 내용
미국 개인정보 일괄적 규제 없고 재산권으로 인정
개인이 정보주체로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
사후감독 중심의 개인정보보호
유럽 익명처리는 사후동의, 가명처리는 사전규제. 재식별화는 금지
자기정보를 스스로 이전할 수 있는 권리
데이터 해외 반출에 대해서는 예외규정으로 관리
일본 익명가공정보를 만들어 사후동의 가능토록 함. 재식별화는 금지
데이터 독점 금지
데이터 해외 반출에 대해서는 예외규정으로 관리
한국 공공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민간은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보호법(금융), 정보통신방법(통신) 등 분야별 법률로 규율
사전규제 방식이며 형벌규정 적용
2016년 비식별화 가이드라인 나왔지만 정보 유통자에 과도한 책임을 지움
삼성전자의 사내벤처인 웰트주식회사를 운영하는 강성지 대표도 "결국 개인정보는 개인이 소유하고, 내 정보를 어디에 활용할 것인지를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부도 개인정보 활용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김재영 이용자정책국장은 "데이터 활용 활성화를 위해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국회 4차산업혁명 특위와 국무조정실, 행정안전부, 방통위 등이 머리를 맞대고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논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제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송희경 의원은 "구글이나 아마존, 에어비앤비, 우버 등 글로벌 기업들의 혁신의 비결은 결국 데이터"라며 "우리나라에서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길 수 있도록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만이라도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혁파하는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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