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냉온탕 재건축 정책, 언제까지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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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안전 기준 50%로 높여.. 공급확대 등 근본 처방 외면

정부가 20일 재건축아파트에 대해 또 고강도 대책을 내놨다. 국토교통부는 3월부터 재건축을 허용할 대상인지를 평가할 때 매기는 안전진단 평가항목별 가중치에서 구조안전성 항목의 평가 비중을 기존 20%에서 50%로 높였다. 주차장이 좁거나 살기 불편해도 아파트가 튼튼하면 재건축을 허가하지 않겠단 얘기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이어 강남권 아파트를 정조준한 추가 대책이다.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사업이 본래 목적과 다르게 추진돼 사회적으로 낭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합원들이 집값을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재건축을 악용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재건축을 무작정 막으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서울은 아파트를 새로 지을 땅이 거의 없다. 주택공급을 늘리려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물량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재건축기준을 높이면 서울 정비사업 물량은 대폭 늘리기 어렵다. 서울에서만 10만3000여가구가 재건축에 속도를 붙이기 어렵게 된다.

비강남권도 문제다. 현재 재건축 연한 30년을 넘긴 서울 아파트는 모두 24만8000가구다. 이 중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는 14.9%에 불과하다. 비강남권의 정비물량이 나오기 더 어렵다. 대표적인 지역이 양천구 목동이다. 노원구 상계동의 노후아파트도 재건축을 추진하기 어렵다.

이전에도 강남권 아파트를 조준한 규제가 나온 적이 있지만 성공하진 못했다. 노무현정부는 지난 2006년 재건축아파트의 구조안전성 평가항목 기준을 45%에서 50%로 높이고,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를 시행했다. 규제로 꽁꽁 묶었지만 집값은 못 잡았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는 재건축 규제 완화를 경기부양 카드로 썼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유예하고 안전진단 기준도 낮췄다.

정권마다 부동산 정책은 냉온탕 처방을 반복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시절엔 전매제한을 풀고 분양가상한제까지 모두 풀었다. 시장이 과열되자 문재인정부는 출범 후 8.2대책, 9.15대책 등 고강도 규제대책을 연이어 내놨다. 다주택자 규제에 이어 최근엔 강남권 아파트를 염두에 둔 모양새다. 단기 효과에만 치중한 처방만 내놓는 건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선의는 이해한다.
하지만 공급확대 없이 규제만 남발하면 역효과를 낸다. 정부는 강남을 보지 말고 시장 흐름을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 부작용을 최소화한 중장기 대책을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