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과세에도 때가 있다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2 16:51

수정 2018.04.24 20:21


외국인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대상 확대가 결국 이달 초 '보류'키로 결정됐다. 그동안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외국인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여부를 두고 찬반 의견이 맞서왔다.

형평성 측면에서 내국인 대주주와 외국인 대주주 모두에게 양도소득세를 과세해야 한다는 측의 주장과 외국인 대주주 과세 대상 확대로 외국인 투자자가 빠르게 이탈할 수 있고, 이는 곧 한국 증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의견이 팽팽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는 결국 외국인 대주주 과세대상 확대를 반대하는 입장의 의견을 수용해 보류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건 '보류'다. 외국인 대주주 과세대상을 지금은 확대하지 않더라도 언제든 다시 확대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둔 것이다.
정부는 현재로서는 내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 과세대상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대표적 사례로 종교인 과세가 있다. 과거에는 종교는 불가침 영역으로 과세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종교인들의 사회.경제 활동 범위가 일반인들의 영역과 크게 달라지지 않게 되면서 이제는 종교인들에게 소득과세를 해야 한다는 여론 역시 과세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과 비등해진 상황이다.

다시 외국인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대상 확대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결국 보류가 된 명분은 주식시장에서 얻는 외국인의 양도차익과 지분율 등 과세 정보를 현실적으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사이에선 실질적으로 보류된 이유가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한국 증시와 경쟁하는 국가 중 외국인에 상장 주식 양도소득세를 걷는 나라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과세대상을 확대하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가 급격히 줄 어 둘 수 있단 우려의 여론이 아직은 더 컸던 것이다.


사실 형평성 측면에서는 외국인에게도 과세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외국인에게 과세범위를 늘리기에 앞서 먼저 우리나라 기업들이 과세를 늘리더라도 투자하고 싶은 매력적이고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되는 게 우선이다.


그렇게 되면 여론도 알아서 '과세하라'는 목소리를 먼저 낼 것이다.

박지애 증권부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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