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GM에만 책임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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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한국GM 사태가 GM 본사, 산업은행, 노조의 합작품(?)이라면 과언일까. 그렇지 않아 보인다. GM 본사의 '부실경영 책임'은 반박하기 어려운 주지의 사실이다. 산은은 어떤가. 한국GM에 혈세를 쏟은 2대주주로서 관리.감독 본연의 책무를 '방기'한 실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노조는 회사의 누적적자 확대에도 투쟁 일변도로 임금인상과 성과급까지 얻어내는 '역주행'을 해왔다. 어느 하나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한국GM 사태가 오히려 늦게 터진 감이 있을 정도다.

한국GM 실적에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한 것은 2013년이다. GM의 주력브랜드 쉐보레가 유럽에서 철수한 시기다. 군산공장 등 한국 생산기지의 수출물량 감소로 가동률 하락이 불 보듯 뻔했지만, 대안 마련은커녕 방치에 가까웠다. GM 본사와 한국GM 간 비정상적 거래, 과도한 차입에 따른 이자부담 가중 등 납득하기 힘든 경영방식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주요 주주로서 제 역할을 못한 산은 역시 크게 다를 바 없다. 한국GM의 철수 기류에도 사실상 수수방관했고, 군산공장 폐쇄 결정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만 봤다. 그동안 교수, 전직 산은 임원, 전직 GM대우 재무본부장 등 3명의 사외이사를 파견한 이유가 무색하다. 자연스레 '그동안 뭐했나'라는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자금지원에 나서도 산은으로선 자승자박 형국이라 달갑지 않을 게다. 지난해 산은이 국회에 제출한 '27개 출자회사 관리 현황'에는 한국GM 지분(17%) 가치를 0원으로 평가했다. 휴지 조각이라는 의미다. 이 지경까지 지켜본 산은이 신규대출 자금을 투입하려면 배임혐의를 비켜갈 안전장치부터 고심해야 한다.

GM 탓만 하는 노조도 지탄의 대상이다. 국내 대기업의 해외공장 직원들이 한 달에 3~5일 출근하고 통상임금의 80%를 받아가면 주주들부터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군산공장이 그랬다. 더구나 적자는 쌓여가는데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임금을 올리고, 5년 연속 성과급을 가져가니 어떤 경영자가 보고만 있겠는가. 당장 구조조정 대상감이다. GM 본사가 고비용 프레임과 일자리를 볼모로 딜에 나설 수 있는 빌미까지 안겨줬다. GM에만 돌을 던질 수 없는 이유다. GM은 잘 알고 있다. 정부가 정치·경제적으로 한국GM을 포기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GM의 고도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고,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이제라도 명확한 시스템과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상법에 보장된 회계장부 열람권 등 주주 권리부터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또한 정부 출자기업인 만큼 거래 투명성 확보도 필수다. 노조의 관행적 파업에는 제동장치를 마련하는 등 전반적 재정비가 우선이다.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틀을 갖춘 후 한국GM의 일자리와 미래를 논하는 냉엄한 자세가 필요한 때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