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유니레버, 英 본사 문 닫고 네덜란드로 합친다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2 17:19

수정 2018.02.22 21:17

메이 총리 통합수용 가능성..다음달 최종결정 내릴 듯
영국내 일자리 축소 불가피..브렉시트 타격논의 또 점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EPA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EPA연합뉴스

영국.네덜란드 합작사인 유니레버가 양국에 분산돼있는 본사를 네덜란드로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영국 정부가 결국 통합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 전략을 두고 집권 공화당 내 내부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다국적 기업의 탈출까지 예상되면서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있다.

■英, 유니레버 본사 유지 포기했나

영국과 유니레버간 본사 통합 논의에 정통한 한 영국 정부관료는 21일 FT와 인터뷰에서 "만일 그 일(유니레버가 네덜란드로 본사 통합)이 일어난다 해도 크게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수개월간 유니레버를 정치적으로 압박해온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결국 유니레버의 네덜란드행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FT는 지적했다.

도브, 바셀린, 립톤 등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2위 생활용품업체인 유니레버는 최근 영국 런던과 네덜란드 로테르담 두 곳에 있는 본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다음달 둘째주에 예정된 이사회 회의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영국과 네덜란드 정부는 치열하게 설득을 벌여왔다.
유니레버는 법인세 인하 등 공격적인 로비를 벌인 네덜란드에 마음이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레버가 영국과 네덜란드 본사에 각각 7500명, 3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가운데 한 곳의 본사가 다른 곳으로 통합될 경우 일자리 상실이 불가피하다. 유니레버는 지난 1930년 네덜란드 마가린유니와 영국 레버브라더스가 합병해 탄생했지만 세금부담 감축 등을 이유로 한 회사로 통합하지 않았다. 기술적으로 보면 영국과 네덜란드 양국에 각각 상장돼있는 두 회사로 연례회의도 두차례 따로 열린다. 그러나 이처럼 복잡한 이중구조와 브렉시트 불확실성을 문제 삼아 크레프트하인즈가 지난해 1430억달러 인수제안을 포기하자 투자자들의 원성이 커졌고 이같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유니레버는 본사 통합에 나섰다.

■브렉시트 경제타격 논란 커질수도

FT는 유니레버가 네덜란드행을 최종 결정하게 되면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둘러싸고 논의가 재점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머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영국이 특정한 무역협정 없이 시장을 탈퇴하는 것으로 이럴 경우 영국 내 수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일본도 영국이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탈퇴하는 '하드 브렉시트'가 벌어질 경우 영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이 빠져 나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츠루오카 코지 주영 일본대사는 지난달 도요타 등 영국 내 법인을 둔 19개 일본 기업 중역들과 함께 메이 총리를 만난 뒤 "영국에서 사업을 계속할 이익이 없다면 일본 뿐 아니라 어떤 기업도 영국에서 영업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영국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4.4분기 영국 실업률은 4.4%로 2016년 브렉시트 투표 이후 처음으로 상승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