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업계·정책

[한국GM 운명, 노조에 달렸다] 갈길 먼 GM, 발목잡는 임단협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6 17:38

수정 2018.02.26 17:38

사측, 간부급에 임금 동결 통보.. 노조, 신차배정 등 정상화 요구
[한국GM 운명, 노조에 달렸다] 갈길 먼 GM, 발목잡는 임단협

한국GM 회생의 출발점인 자구안 마련이 시작부터 노사 대립으로 삐걱거리고 있다. 경영정상화의 물꼬를 틀 임단협이 노사 대치로 개점휴업 상태다. 풀어야 할 난제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비용구조 개선과 신차배정 가운데 어떤 게 먼저냐 등을 놓고 소모적 대결 양상을 보이면서 한국GM 운명도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사는 각각 '임단협 교섭 회사 입장 및 제시안'과 '요구안'을 내세우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GM은 팀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임금동결, 성과급 조정, 복리후생비 삭감 및 유보 등이 담긴 올해 임단협 회사안을 공지했다. 노사교섭 중단으로 노조와 논의하기 어려워지자 간부급 비노조원들에게 먼저 알린 것이다.


GM의 3월 초 글로벌 신차배정에서 한국GM의 자구안은 결정적 변수다. 다양한 글로벌 사업장에서 적자 및 고비용 구조에 시달리는 곳에는 신차를 배정하지 않는 게 GM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신차배정은 한국 정부의 유동성 지원과도 직결된다. 따라서 임단협을 통해 비용절감 자구안이 확보되지 않으면 신차배정과 정부지원 등 회생을 논하기가 어려워진다.

반면 노조는 신차투입 로드맵, GM의 자본투자 확약, 3조원 규모 차입금의 자본금 출자전환 등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고통분담을 통한 자구안 마련에 앞서 신차 투입 등을 먼저 약속하라는 것이다. 한국GM 2018년 임단협은 지난 8일 노사 2차 교섭 이후 표류 중이다. GM 본사가 군산공장 폐쇄의 초강수를 둔 이후 노조는 투쟁기금을 마련하고, 잇달아 상경투쟁 일정을 잡는 등 회사 측과 대결구도를 그려가고 있다.

문제는 한국GM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자칫 임단협에 발목을 잡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게 안팎의 우려다. 신차 배정은 3월 초로, 길어야 3월 둘째 주다. 지난달 만기가 된 차입금은 이달 말로 연장되는 등 3월은 한국GM에 운명의 한 달이다. 당초 목표로 잡았던 이달 말까지 임단협 타결은 물 건너가는 형국이다. 현실적으로도 노사갈등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배리 앵글 GM 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도 지난 22일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한국GM 경영진에게 "2월 말 임단협 타결은 일정을 감안하면 불가능해 유의미한 진전을 바란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의미한 진전이란 타결은 아니어도 노조가 일정부분 고통분담을 받아들여 비용절감 방안을 이행할 수 있는 단계로 해석되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신차 배정 시기까지 의미 있는 진전이 없으면 GM투자 의향도 구체화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에선 오는 3월 2일 접수가 마감되는 희망퇴직 신청자가 대규모로 나올 경우 전반적으로 비용구조개선 효과가 커 GM 본사 신차 배정의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 한국GM 희망퇴직 신청자는 군산공장 2000여명을 제외하면 여전히 미미하다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