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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향방, 美 쌍둥이 적자에 달렸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6 17:51

수정 2018.02.26 17:51

금리인상기 국채금리 급등.. 달러 약세는 반전 흐름없어 달러가치 2016년來 11%하락
투자자 약세베팅, 강세 2배.. 재정.무역적자가 원인 분석
달러 향방, 美 쌍둥이 적자에 달렸다

미국 달러가치 흐름은 지금까지의 주된 동력이었던 금리보다 미국의 재정적자, 무역적자 등 쌍둥이 적자에 달렸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잇단 금리인상과 올해 3차례, 많게는 4차례 추가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달러가 약세인 이유는 미국의 적자 때문이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이하 현지시간) 미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 국채 수익률이 또 다른 안전자산인 독일국채(분트) 수익률보다 더 높아지는 스프레드 확대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가치가 2016년 이후 11% 하락해 월스트리트가 당황해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통상 달러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 중 하나는 그동안 수익률 격차, 즉 스프레드였다.

위험도가 비슷할 때는 투자자들이 수익률이 더 높은 국채에 투자하고, 이 때문에 국채 수익률이 높은 나라의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2011년 미 경제성장, 이에 따른 연준의 금리인상 전망이 미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렸고, 달러가치 역시 급격히 뛰었다.


그러나 지금은 스프레드와 달러가치 간 연동이 끊어진 상태다. 23일 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87%로 분트 10년물 수익률 0.66%를 크게 웃돌며 스프레드가 2017년 이후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지만 달러는 하락했다.

시장에서 달러 약세 전망은 심화하고 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기적 투자자들이 달러 약세에 베팅한 규모는 약 80억달러에 이른다. 반면 유로 강세를 점치는 베팅은 190억달러로 2배가 넘는다.

스프레드 확대에도 불구하고 달러가 약세인 이유에 대해 전문가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는 달러가 하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다른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평가됐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놓고 있고 다른 이들은 유럽, 일본, 신흥시장 경제성장세가 미 경제성장률을 웃돌 것이란 예상이 달러 약세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일부에서는 이전과 지금은 각론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을 기준으로 스프레드와 달러가치 간 상관관계를 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를 원인으로 꼽는다. 미즈호은행 외환전략가인 시린 하라즐리는 "달러가 왜 미 수익률 급등의 반사이익을 못보는지 다들 그 원인을 확실히 알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는 아마도 미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미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보고서에서 최근 달러 약세가 "2000년대 중반과 닮아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당시 연준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달러는 급락했다면서 당시 급락 요인이었던 시장의 미 재정적자, 무역적자 증가 예상과 똑같은 전망이 지금도 외환시장에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달러는 1970년대 미국이 무역흑자에서 재정적자로 돌아서고, 미국이 금본위제를 폐지하면서 글로벌 통화정책 공조 체제였던 브레튼우즈 시스템이 무너지고 10년에 걸친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전쟁이 치러지던 당시 급격한 약세를 보였다.


또 1980년대에는 7년에 걸친 달러 강세가 결국 미 무역적자를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1985년 달러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기 위한 플라자합의로 이어지기도 했다.

1970, 1980년대에는 미국의 적자가 달러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었고, 이제 다시 미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문제가 되면서 이번에도 금리가 아닌 적자가 달러 향배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달러가치 하락은 전 세계 유동성을 강화하고, 통화 미스매칭을 완화해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기름칠을 한다고 평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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