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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총재 공식 도전장 바이트만 獨중앙은행 총재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8 17:05

수정 2018.02.28 17:05

대표적 통화 강경론자 ECB결정 사사건건 반대
최근 유화적 입장 선회
옌스 바이트만 독일 연방중앙은행(분데스방크) 총재(사진)가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자리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확실히했다. 비판적이었던 ECB의 양적완화(QE)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유화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많은 국가들, 특히 남유럽 국가들이 그를 반대하고 있어 가장 유력한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그가 ECB 총재직을 거머쥘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2월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트만 총재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내년 10월말 물러나는 마리오 드라기 총재 자리를 자신이 물려받게 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CB의 채권매입을 통한 QE에 대해 계속 반대해왔지만 ECB 총재가 되면 이같은 입장을 일부 유보할 것임을 시사했다.

중앙은행 총재로는 비교적 젊은 올해 49세의 바이트만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보좌관을 지낸 '메르켈의 남자'로 독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남유럽 채무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드라기 총재가 3년전 밀어붙인 QE를 계속 반대해왔고, ECB의 QE가 남유럽 국가들의 구조조정 의지를 약화시킬 것이라며 비판해 이들의 원성을 샀다.

드라기 총재 이전 장 클로드 트리셰 전임 총재를 이을 유력한 후보였던 당시 분데스방크 총재 악셀 베버도 남유럽 채무위기 진정을 위한 트리셰의 채권매입에 반발해 2011년초 갑작스레 사임해 드라기가 ECB 총재 자리를 움켜잡을 수 있게 길을 터준 바 있다.

베버는 당시 국채 매입을 포함해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ECB 정책을 스스로 내세워야 하는 모순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로 물러났다고 밝혔었다.

이날 베버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바이트만은 지금과 당시는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선을 그으며 유화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베버 당시 ECB는 지금과 같은 정식 프로그램이 아닌 필요에 따라 간헐적으로 시장에서 취약한 남유럽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언제 끝날지, 규모는 얼마나 될지 등이 정해지지 않은 즉흥적인 방식에 가까웠다.

그러나 3년전 시작된 지금의 QE는 즉흥적인 당시 국채 매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바이트만은 강조했다. 그는 QE가 위험공유, 시장왜곡을 제한하는 엄격한 규정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면서 각국 경제규모에 걸맞은 비중 안에서만 ECB가 각국 국채를 사들인다고 설명했다.

바이트만은 비록 자신이 QE가 위험하다고 판단해 이를 반대해왔지만 QE는 설계를 통해 베버 전 총재가 비판했던 무한정 채권매입보다 덜 위험해졌다고 말했다.


바이트만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QE를 끝내야 한다는 자신의 입장은 되풀이했지만 회견장 자리를 뜨기 전 QE 종식은 서서히 진행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통화 완화 정책의 정도를 점진적으로 또 신뢰할만한 형태로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이날 유화적인 발언은 ECB가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경제회복에 따라 QE 규모를 월 800억유로에서 월 300억유로로 이미 대폭 줄였고, 시장에서는 올해 말께 QE가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서서히 끝이 보이고 있는 점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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