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적법절차 준수 요구되는 세무조사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1 16:47

수정 2018.03.02 10:21

[기자수첩]적법절차 준수 요구되는 세무조사

"두 회사가 나눠 쓰는 사무실로 세무조사 요원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이날은 A회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예정됐는데 공교롭게도 요원 중 1명이 B회사 직원의 서랍을 뒤지다 서류뭉치를 발견한 거예요. 얼마 뒤 애꿎은 B회사가 세금폭탄을 맞게 됐죠."

한 세금전문 변호사에게 전해 들은 황당한 일화다. B회사의 사례는 일부 세무조사가 아직까지 절차 준수에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을 들을 만하다. 검찰의 압수수색과 마찬가지로 세무조사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납세자에게 세무조사 전 조사 범위·기간·사유에 대해 15일 이내로 고지해야 한다. 세무조사와 관련이 없거나 기간 외의 자료제출 요구는 금지된다.
중복조사도 안 된다. 하지만 비록 조사팀이 법에 따라 기업의 대표로부터 자료제출 동의서를 받아 회사서류 등을 일시 보관하더라도 기업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예외가 있을 수는 있다. 세금탈루 혐의를 잡아낼 때는 증거인멸 등을 막기 위해 보안상 안내 없이 세무조사가 이뤄진다. 그러나 특별한 혐의가 없는데도 세무조사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것은 절차를 무시하는 행위다. 문제는 세무조사가 절차를 무시하고 이뤄질 경우 결과적으로 과세처분까지 위법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결과만 좋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사고방식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 아직까지 과세 관청을 거스르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지만, 납세자가 절차를 위반한 세무조사에 대해 불복을 통해 구제를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특히 법원은 세무조사 절차를 위반할 경우 그에 따른 과세처분이 위법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기업이 '세무조사가 적절하지 못했다'며 조세불복 소송을 제기할 경우 재판에 따른 시간과 비용 투입은 불가피하다. 행여 법원이 받아들인다면 이 모든 책임은 국민 혈세로 메워야 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6년 국세청 조세행정소송 제기건수는 1484건, 2조4959억원 규모로 이 중 223건(5458억원)을 패소했다.
돌려줘야 할 세금과 소송비용 등을 합치면 막대한 예산이 낭비된 것이다. 결국 과세관청과 기업이 서로 간의 신뢰를 쌓는 것이 불필요한 출혈을 막는 방법이다.
더 늦기 전에 과세관청이 적법절차를 준수해 공정세정을 구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진석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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