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리빙 리빙

웰빙 이어 웰다잉 열풍...장례식도 개성 따라 선택한다

신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4 12:55

수정 2018.03.04 12:55

천편일률적인 한국 장례식 문화..외국서는 다양한 장례 아이디어 속출
일각에서는 IT기술을 접목시킨 장례식에 거부감 드러내기도
한국에서 '작은 결혼식'은 꽤 보편화 된 반면, '작은 장례식'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장례 형식도 어딜가나 똑같다. 장례식의 주인공이 고인인지, 상주인지 헷갈릴 정도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에서 '작은 결혼식'은 꽤 보편화 된 반면, '작은 장례식'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장례 형식도 어딜가나 똑같다. 장례식의 주인공이 고인인지, 상주인지 헷갈릴 정도다.
사진=연합뉴스

깊은 효(孝)사상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어서일까. 한국에서 '작은 결혼식'은 꽤 보편화 된 반면, '작은 장례식'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장례 형식도 어디나 똑같다. 장례식의 주인공이 고인인지, 상주인지 헷갈릴 정도다. 고인의 삶을 기리고 추억하는 공간이라고 보기에는 각 개인의 생전 가치관, 성격 등의 특성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웰빙(Well-Being)에 이어 웰 다잉(Well-Dying) 열풍이 자리를 잡고 고인의 개성에 맞춘 장례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생전장, 음악장, 화분장'.. 죽기 전 직접 장례식을 계획한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장례 산업을 하나의 트렌드로 인식한 지 오래다. 인생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준비 활동을 뜻하는 '종활(終活, 슈카츠)'이라는 신조어가 널리 퍼져있다. 종활은 장례 문화가 다양해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종활의 대표적인 예는 '생전장(生前葬)'이다. 생전장은 쉽게 말해 죽은 자가 없는 장례식이다. 죽기 전 본인이 직접 장례식을 계획하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지난해 11월 건설장비업체 고마쓰의 안자키 사토루 전 사장은 도쿄 한 호텔에서 '감사의 모임' 생전 장례식을 주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생전 장례식' 광고를 내고 지인들을 초대해 한 명씩 감사의 인사를 나눴다. 생전장의 장점은 장소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내용으로 지인들과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장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작은 장례식'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가족끼리만 장례를 치르는 가족장, 고인이 좋아하던 음악을 빈소에서 연주하는 음악장, 유골을 화분에 담는 화분장 등이 그 사례다.

■우주장, 메모리얼 다이아몬드 등 독특한 장례 문화 등장
지난 2015년부터 미국에서는 우주장이 인기다. 우주장은 사람이 우주에서 왔다는 점에 기인해 죽어서도 다시 우주로 돌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삶의 마지막에 우주여행을 하면서 편히 잠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신청하기도 한다.

우주의 먼지가 되는 과정은 간단하다. 화장한 유해의 일부가 담긴 기구를 로켓으로 쏘아 올린 뒤 성층권에서 이 기구를 폭발시킨다. 유족들은 스마트폰 앱으로 어디쯤 유해가 위치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미 100명의 대기자가 있으며 가격은 2795달러(약 302만원)으로 알려졌다.

색다른 장례 방법으로 '메모리얼 다이아몬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메모리얼 다이아몬드는 화장된 유골에서 추출한 탄소로 만든 다이아몬드를 말한다. 2004년 스위스 업체 '알고르단자'가 개발해 현재 국내 포함 36개국에 진출했다.

지난해 12월 일본 나가노(長野)현 우에다(上田)시의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장례식장'에서 업체측이 조문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일본 나가노(長野)현 우에다(上田)시의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장례식장'에서 업체측이 조문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변화하는 장례식 문화
일본에서는 차에 탄 채로 조문하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방식의 장례식장도 생겼다. 지난해 12월 관혼상제 업체 '렉스트 아이'(Lext Ai)가 일본 나가노(長野)현 우에다(上田)시에 '드라이브 스루 장례식장'을 열었다. 일반 패스트푸드 드라이브 스루 매장과 방식은 비슷하다. 조문자는 접수대에 차를 멈추고 태블릿PC를 이용해 방명록에 이름을 적는다. 이어 불이 붙지 않는 전열식 향을 직원에게 건넨다.
상주는 모니터를 통해 조문자가 향을 올리는 상황을 지켜볼 수 있다.

최근에는 미국, 일본을 비롯해 중국에서도 'QR코드 묘비'가 디지털 장례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웹사이트로 연결돼 고인이 남긴 사진, 글, 영상 등을 확인할 수 있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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