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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개인정보 보호' 외치던 애플.. 중국엔 납작 엎드려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2 17:45

수정 2018.03.02 17:45

中시장 진출 위해 서버 이전.. 한국에선 여전히 규정 무시
애플 이중성에 비난 쏟아져.. 게임사와 환불 관련 갈등도
애플이 중국 개인정보보호 규정 개정 때문에 중국 아이클라우드 서버를 중국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 신분증스캐너를 애플스토어에 도입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가로수길에 문을 연 국내 1호 애플스토어.
애플이 중국 개인정보보호 규정 개정 때문에 중국 아이클라우드 서버를 중국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 신분증스캐너를 애플스토어에 도입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가로수길에 문을 연 국내 1호 애플스토어.

애플이 지난달 28일 중국 이용자들의 정보가 저장된 아이클라우드 계정을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중국 정부가 애플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중국 정부의 개인정보보호 규정을 따른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무릎을 꿇은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개인정보보호 규정을 지키지 않거나,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사업자들에게 과도한 '갑질'을 일삼고 있어 이용자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 아이클라우드 계정을 중국 구이저우 지방정부가 소유한 구이저우 클라우드 빅데이터 센터로 이전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이 지난해 자국민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중국 내에 둬야 한다는 취지로 법을 개정한데 따른 것이다. 애플은 처음에는 이같은 법 개정에 반발했지만 결국 중국 정부의 압박과 시장 진출을 위해 서버 이전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버 이전으로 중국 정부는 필요시 중국 아이클라우드 내 이용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중국 보안법에 따르면 중국 내 기업은 경찰의 개인정보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 국제인권단체 엠네스티는 "애플의 이번 조치는 중국의 강압적인 법으로 인해 애플이 고객 개인정보를 지키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애플은 "법을 따르지 않으면 중국에서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서비스가 중단 되면 중국 고객들이 더 불편해질 것이기 때문에 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애플은 우리나라에선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애플은 우리나라에서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규정한 휴대폰 유통망의 신분증 스캐너 도입도 거부하고 있다. 서울 가로수길에 문을 연 애플스토어에 신분증 스캐너 도입을 거부하면서 정부 당국과 마찰을 빚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 규정은 무시하면서 중국에선 법 때문에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지 않는 애플의 행태는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애플은 국내 게임업체들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게임업체들은 앱스토어를 통해 게임 아이템을 구매해 사용한 뒤 환불을 요청하는 '블랙 컨슈머'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문제는 애플이 환불을 요청한 이용자의 정보를 게임업체에 공유하면, 게임 아이템 사용 여부를 확인하거나 아이템을 회수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애플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이유로 게임업체에 환불 요청 이용자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환불만 해주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깜깜이 환불정책으로 게임사는 큰 손해를 보고 있지만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여전히 게임사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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