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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매매거래 역대 최고.. 대출막힌 서민들은 구경만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4 16:38

수정 2018.03.04 16:38

新DTI로 주택담보대출 줄고 부동산 '큰손' 거래 늘어나.. 막차 '갭투자'열풍도 한몫
아파트매매거래 역대 최고.. 대출막힌 서민들은 구경만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2월 주택담보대출이 전월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꺾였지만 부동산 매매거래는 오히려 크게 늘었다. 은행에 손을 벌리지 않더라도 아파트를 살 수 있는 '큰손'들만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대출 없인 아파트를 살 수 없는 서민들은 오르는 집값을 구경만 해야하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출규제로 가계부채 증가폭이 감소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서울 집값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의 기회를 박탈한 것은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평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이 감소한 주요 원인으로 4월 양도세 중과 시행 전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1~2월 비수기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 '역대최고'…왜?

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서울시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1만525건으로 1월(9563건)보다 1000여건 더 증가했다.
매해 2월만으로 보면 이 지표의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최대치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설 연휴 탓에 매매거래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정반대로 거래가 폭증한 것이다.

실제 2006년부터 올해까지 13년간 매해 2월 아파트 거래건수 평균치는 5709건이었다. 이전까지 거래건수가 가장 많았던 2015년 2월(8539건)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비수기로 통하는 1~2월을 합산해도 사상 최고치다. 지난 1월 서울시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9498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대출 없이도 목돈 마련이 가능한 이른바 '큰손'들의 거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신(新) DTI(총부채상환비율)가 시행된 1월 31일 이후 한달간 신규로 취급된 주택담보대출이 대폭 감소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실제 한 대형은행의 경우 신DTI 시행되자 신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이 반토막이 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주요은행의 지난 2월 주담대 신규취급액은 5조106억원으로 1월 5조8878억원보다 8772억원, 15% 감소했다. 주담대 신규 취급건수도 5만4567건으로 1월 6만1468건보다 6901건, 11% 줄었다. 5대 주요은행 모두 1월보다 신규취급액이 줄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부동산시장에서 볼 때 대출규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상환능력이 된다면 살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무조건 막다보니 중간에 소외된 사람들이 꽤 많다. 예를 들어 보금자리론 소득기준을 부부합산 연 7000만원에 주택가격 6억원으로 제한하면서 이들은 '사다리'를 뺏겼다"고 말했다.

■막차 '갭투자' 급증…전문가들 "전셋값 떨어진 이유"

전문가들은 또 주택담보대출이 감소한 상황에서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가 급증한 이유를 4월부터 시행되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에 앞서 갭투자가 크게 늘어난 탓이라고 분석했다. 2월 매매가격이 0.20% 상승한데 반해 전세가격이 0.09% 하락한 것도 갭투자로 인한 공급증가가 그 원인이란 설명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위원은 "통상 대출과 거래량은 정비례한다. 대출은 줄었는데 거래량이 늘었다는 건 갭투자가 급증했다는 이야기"라며 "금융기관이 아닌 '세입자 금융'을 통해 집을 산 셈이다. 갭투자가 늘면서 전세가비율이 50~60%대로 떨어지고 있지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도 같은 의견이다.
고 센터장은 "대출가능금액보다 전세금이 높은 상황에선 투자자들은 대출 규제에 관계 없이 자유럽게 사고 팔 수 있다"며 "실거주를 해야하는 서민들은 대출 규제가 직접적으로 와 닿겠지만 투자자들은 유동성 확보가 오히려 쉬워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탓에 전문가들은 향후 서울-지방, 강남-비강남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봤다.
박 위원은 "전셋가가 하락하면 추후 매매가가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현재의 전셋가 하락이 갭투자나 재건축아파트 등 신규분양에 대한 잔금을 융통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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