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현장클릭] SK·中 시노펙 합작법인 '중한석화'에 가다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4 17:27

수정 2018.03.04 17:27

철저한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으로 내수시장 안착 성공
합작법인 인색한 중국서 성공 모범사례로 떠올라
2020년 대규모 증설 예정..경영.인사 철저히 현지화, SK 직원은 단 15명만 둬
축적된 기술력.노하우로 현장근무 인원도 최소화
한.중 합작법인 '중한석화'가 2020년 추가증설을 통해 중국내 선두 석유화학공장으로 비약을 준비하고 있다. 중한석화의 핵심공정 주변에 증설 예정부지를 확보하고 현재 공장디자인 설계작업을 진행중이다.
한.중 합작법인 '중한석화'가 2020년 추가증설을 통해 중국내 선두 석유화학공장으로 비약을 준비하고 있다. 중한석화의 핵심공정 주변에 증설 예정부지를 확보하고 현재 공장디자인 설계작업을 진행중이다.

【 우한=조창원 특파원】 SK와 중국 시노펙 간 합작법인인 '중한석화'가 중국 진출을 꾀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모범 합작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3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중심가에서 버스로 1시간가량 이동해 도착한 중한석화 공장은 2020년 대규모 추가 증설 완료를 위한 준비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이 공장은 '산업의 쌀'로 불리는 화학산업의 기초제품인 에틸렌을 포함해 각종 석유화학 제품의 핵심 원료를 생산해 중국 내수시장에 공급한다. 이원근 중한석화 부총경리는 "중한석화는 74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단행해 오는 2020년 연산 에틸렌 생산량이 110만t에 육박하는 중국 내 2위 나프타 크래커 공장으로 도약한다"고 말했다.

중국 내 합작법인 설립은 외국기업의 기술탈취 논란과 외국계 기업과의 의사결정 문제 및 수익의 본국 송환을 놓고 갖가지 논란을 낳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중국 진출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두고 회의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SK는 '중한석화'로 중국 내 합작법인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모범사례로 떠올랐다. SK가 중한석화에서 적용하는 합작법인 성공 요인은 △최적의 파트너 선택 △현지화 △차별화된 기술력을 꼽을 수 있다.

SK의 합작 파트너인 중국 최대 석유기업 시노펙은 대규모 투자역량과 축적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고 역량을 갖춘 시노펙의 역량 덕분에 중한석화 공장디자인도 대규모로 이뤄졌다. 정유공장의 원료를 공급받는 과정부터 각종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부지가 대규모 부지에 동시에 위치해 생산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중한석화의 통합조정실에 들어서니 영화 상영관 화면보다 훨씬 넓은 전광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실내운동장 규모의 조정실 내에 수백대의 컴퓨터가 생산현장을 24시간 통제하고 있었다. 김규성 중한석화 기술관리부 부장은 "모든 공정라인을 대규모 부지에 설치한 덕에 통합 컨트롤센터를 활용해 제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파트너 간 경영노하우를 존중해주는 문화도 양국 기업 간 신뢰를 돈독히 했다. 이는 SK가 철저한 현지화를 고수한 영향이 크다. SK의 중국사업은 최태원 SK회장의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에 기반을 두고 있다. 현지에서 자체적으로 창출한 이익을 재투자하는 방식이 바로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이다. 이는 통상마찰을 최소화하고 중국내 시장 입지를 굳히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인사전략도 경영학의 현지화 개념에 충실한 편이다. 실제로 지분 35%를 보유한 SK는 중한석화 현장에 한국인 임직원 5명만 파견한 상태다. SK 소속 중국 현지인을 포함하면 총 15명이 이곳에 근무한다.

SK의 차별화된 경쟁력도 합작법인의 지속가능경영에 큰 힘이 됐다.

공장 핵심시설을 둘러보는 동안 현장 직원들의 모습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장치산업의 특성이지만 시노펙의 다른 공장들에 비해 현장근무 인원이 훨씬 적어 1인당 생산성은 최고를 자랑한다.
김규성 부장은 "과거 중국은 사빅, 바스프 등 일부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에만 자국에서의 에틸렌 합작사업 협력에 문을 열어주었다"면서 "하지만 SK종합화학의 축적된 기술력과 경영노하우가 인정받아 2013년 시노펙과의 합작을 성사시켜 아시아 기업 최초로 현지 에틸렌 사업 진출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K종합화학은 1972년 국내 최초로 나프타분해설비(NCC)를 운영한 공장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한석화 가동 초기인 2014년에 한국 본사의 경쟁력 강화팀을 현지 파견해 제조원가.비용 개선을 이뤄냈다.
이를 계기로 지난 2013년 SK이노베이션의 화학 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과 중국 국영 화학회사인 시노펙이 35대 65 비율로 총 3조3000억원을 투자해 설립된 '중한석화'는 상업가동 4년 만에 1조60000억원을 벌어들였다.

jjack3@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