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新무역전쟁과 TPP

지령 5000호 이벤트

2018년 들어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요구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금년 1월에는 한국의 세탁기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관세를 부과하는 명령을 내렸고, 지난 1일에는 모든 미국 수출 국가의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철강 등에 대한 관세부과에 대해서 유럽연합(EU)은 35억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에 25%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반격을 취하고, 미국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한·미 FTA를 재협상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현재 전개되고 있는 글로벌 무역전쟁은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 보호무역주의가 향후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체질적으로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미국이 최근의 철강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과 같이 전 세계에 대해서 무차별적으로 계속해서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경쟁 구도에서 볼 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중국 영향력을 오히려 더 확대시킬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미국의 무역전쟁의 종착점은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오는 8일로 예정되어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서명식이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호주, 캐나다, 칠레, 일본,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등 11개국이 참여하는 TPP는 지난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했을 때는 폐기가 유력했지만 일본 등의 노력으로 부활했고, 미국이 중국 견제용으로 복귀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은 TPP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세계경제 질서는 여전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지만, 중국은 과거 일본과 같이 미국의 압박전략에 쉽게 굴복할 국가 규모를 이미 벗어나 있다. 중국, 미국, 일본과의 긴밀한 국제 분업구조에서 성장해 온 우리 경제 입장에서는 난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정부는 경제 외적인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등으로 미국, 일본과 거리를 조금씩 벌리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일본과 소원해지면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 영향력이 더 거세질 수 있는데, 문제는 우리 경제가 중국과의 대등한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냐에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과정에서 보여줬던 중국의 태도는 최근 미국이 보여주고 있는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것이었다. 따라서 양국 간 FTA 체결에 안주하지 말고 TPP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자국기업 보호를 위해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가 하면 법인세 대폭 인하조치 등을 취하고 있고, 중국은 자동차 배터리와 반도체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장기적으로 자국 산업 발전에 필요한 것이면 무한에 가까운 자금을 기업에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가 중국경제의 강한 원심력에서 그나마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몇 개의 대기업이 있었기 때문인데, 우리 정부는 이들 국가와 반대로 대기업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통상대책을 세우기에 앞서 글로벌 시장에서 싸우기도 바쁜 기업에 응원은 못할지언정 유무형의 정치적 부담부터 줄여주는 것이 우선이다.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