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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인구감소와 지방소멸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7 17:04

수정 2018.03.07 17:04

[fn논단]인구감소와 지방소멸


2014년 출간된 마스다 히로야의 '지방소멸'은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위기를 다룬 책이다. 인구학자 해리 덴트가 '각국 경제의 호불황을 결정하는 결정적 변수는 인구'라고 할 때만 해도 이론적으론 그럴싸해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이들이 많았다. 그랬던 것이 내 고향(시군구나 읍면동)이 사라진다는 말에는 충격을 받는 눈치들이다.

사실 청장년들이 떠나버린 농어촌에 노인들만 남아 적막강산을 이루는 모습이라든지, 그들마저 하나둘 세상을 떠나 을씨년스럽게 변모해가는 마을 그 자체는 우리에게 그다지 낯설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각 지역들은 쪼그라들 뿐 없어지지 않는다고 상상했었던가 보다. '지방소멸'이라는 표현이 나오자마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는 반응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지역 방송국들은 잇달아 특집과 기획진단을 편성하며 부산한 움직임들이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행정단위로서 최소 규모를 잃은 기초 지자체를 통폐합하거나 폐쇄하는 일은 예고된 미래일 뿐이다. 인구가 줄어든 농어촌 지역들은 일찍부터 학교와 산부인과는 물론 일용할 가게들도 하나둘 문을 닫았으며 그로 인해 인구유출은 더 가속화되는 악순환을 겪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 정도가 아니라 가스와 도로망 등 기본적 사회기반시설 유지마저도 비경제적일 만큼 인구가 완전히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니 얼마나 많은 지역이 어떤 속도로 행정구역으로서 독자성을 잃을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를 예고하는 하나의 지수가 마스다 히로야의 '지방소멸위험지수'란 것이다. 마스다는 출산의 90%까지를 담당하는 이삼십대 여성 비율과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을 비교해 노인대 여성의 비율이 0.5 이하로 떨어지면 그런 지역은 30년 내 소멸할 위험이 매우 높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228개 시군구 중 76개 지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농어촌지역이 사라지더라도 도시만큼은 활기가 넘치고 인구를 유지한다면 이는 또 그런대로 견딜 만한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 더 놀랍게 다가오는 사실은 지방의 거점도시들조차도 청년층을 묶어둘 힘이 없어 인구는 수도권으로 마치 블랙홀처럼 계속 빨려들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5대 광역시조차 대졸 출신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을 포함한 타 지역에서 취업을 해야 하는 통계에서 보듯이 지방은 도시, 농촌 가릴 것 없이 인구유출이 극심하다.

그 결과 이삼십대 여성들은 수도권에 몰려 산다. 이 연령층 여성 비율이 가장 높은 지자체 20개 중 18개는 서울시이고 나머지 2개는 경기도다. 그런데 이들 지역 출산율은 지방도시나 농어촌보다도 훨씬 더 떨어진다. 집값이 비싸고 경쟁이 치열해 출산환경은 더 열악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리나라에서 5년째 합계출산율 1위를 기록한 지역은 전남 해남이다.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그렇고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서도 그렇고 이제는 도시에서 농산어촌으로 인구이동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차례인 것 같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변모하느냐가 관건이다.
근대화란 게 농촌에서 도시로 향하는 끝없는 이주행렬에 힘입어 가능한 변화였다면 이제 그 방향을 거꾸로 돌릴 때가 된 것 같다.

이재인 전 한국보육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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