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남북 해빙 '봄바람']한국경제 발목잡던 北리스크 사라질까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7 17:57

수정 2018.03.07 17:57

국가신용등급 상향 ‘파란불’ 건전한 경제 펀더멘털에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걸림돌
이번 남북대화 계기로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기대..원화가치도 장중 11원 급등
[남북 해빙 '봄바람']한국경제 발목잡던 北리스크 사라질까


수년간 경색된 남북관계가 본격적인 해빙 무드로 접어들면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북한 리스크가 해소될지 주목된다.

그동안 국제신용평가사들이 건실한 경제체질에도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를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목해온 만큼 국가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1원 이상 급락(원화가치 상승)하는 등 금융.외환시장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즉각 반응했다. 이 같은 안정세가 실물경제로 전이돼 기업들의 투자와 소비심리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등급 상향 걸림돌 사라지나

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무디스는 한국 신용등급을 'Aa2'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AA'로 평가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사상 최고 등급이다.
피치는 'AA-'를 유지하고 있다.

국가신용등급은 해외에서 채권발행 가능성을 측정하거나 채권금리를 결정하는 척도로 활용된다. 등급 하락 시 국내 경제주체들의 해외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이 커진다.

지금까지 국제신평사들이 북한 리스크를 사유로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풍부한 외환유동성과 안정적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뒷받침한 덕이다. 그럼에도 대북 리스크는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신용등급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해온 것이 사실이다.

실제 무디스는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촉발된 북·미 간 '말폭탄'으로 한반도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됐을 당시 남북 간 무력충돌 발생 가능성을 '매우 낮음'에서 '낮음'으로 올린 바 있다. 무디스는 한반도의 군사분쟁이 장기화되면 신용등급이 몇 단계나 하향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피치도 지난해 10월 한국 신용등급을 'AA'로 상향하는 것을 검토했으나 '북한과의 긴장관계'로 인해 최종적으로 등급을 당초 계획보다 한 단계 낮춰 발표했다.

그러나 4월 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미 회담 성사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가 신용등급 상향까지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한국경제연구원 박병준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신용등급은 객관적 경제여건에 비해 과소평가되고 있다"면서 "실제로 북한의 비핵화 합의가 탄력을 받게 된다면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北 비핵화 의지에 원·달러 환율 장중 11원 '↓'

예상을 뛰어넘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금융.외환시장도 호응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11.1원 급락한 1065.0원에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7.0원 하락한 1069.1원에 장을 마쳤다.

한국의 국가부도 위험도를 보여주는 한국 외평채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지난 6일 기준 전일 대비 4bp(1bp=0.01%포인트) 내린 47bp를 기록하며 한 달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지속적으로 완화될 경우 실물경제로 긍정적 전이효과도 기대된다. 특히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소비심리 회복이 점쳐진다. 통상 불확실성이 짙어지면 가계는 소비를 줄여 저축을 늘리는 경향이 심화된다.
기업 역시 투자시점을 연기하거나 이미 결정된 투자라도 일부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제 북한의 비핵화 이행이 중요한 만큼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세대 김정식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 천명이 또다시 과거와 같이 시간을 버는 용도로 쓰이는 건 오히려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