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투' 정부대책에 거는 기대

"컵 안에 있는 더러운 물을 가장 쉽게 깨끗한 물로 변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음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었다. 강사가 오염된 물이 찬 비커를 들어보이며 청중에게 물었다. 사실 그렇게 더러워 보이지는 않는 물이었다. 물의 밑바닥에 음식물 찌꺼기 같은 것들이 깔려 있었을 뿐 윗물은 맑아 보였다.

웅성거림 가운데 그가 비커를 탁자에 내려놓고 그 위에 맑은 물을 붓기 시작했다. 더러운 찌꺼기가 비커 속에서 일어나 소용돌이 쳤고 결국 밖으로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그는 계속해서 맑은 물을 붓고 또 부었다. 어느 순간 그 안의 물빛이 연해지면서 맑아지기 시작했다.

1월 말부터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미투 운동'의 열기가 여전하다. 법조계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연극계와 미술, 영화계를 거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이제는 정치권까지 흔들고 있다. 오랫동안 켜켜이 묵혀놓았던 더럽고 추한 욕망들이 사회에 드러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어떤 이는 이 사회에 대한 실망감과 더불어 특정 영역에서 유독 성폭력 문제가 부각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탁수 아래 오니(汚泥)를 들춰서 그나마 맑아 보였던 이 사회를 다시 탁하게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심도 있는 모양이다.

'미투 운동'이 거세지니 '펜스룰'이 거세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어떻게 해도 100% 깨끗해질 순 없으니 잠잠하게 하는 것이 현명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찌꺼기가 가라앉아 있는 물을 근본적으로 '맑은 물'이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회가 성숙해가면서 이제는 더러운 부분들을 정화할 수 있는 기회가 지금 주어졌다. 정부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첫 폭로가 이어지고 40여일이 지나서야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 등 12개 부처가 공동으로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을 내놨다.
이전에 비해 성폭력 범죄에 대한 형량이 두 배로 올라갔고 피해자와 신고자에 대한 체계적 신변보호에 나설 계획도 담겼다. 특히 성폭력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드러난 문화예술계에는 '특별조사단' 과 '특별신고.상담센터'를 운영하고 문화예술인의 피해방지와 구제를 위한 법률 제.개정을 검토할 것을 천명했다. 어쩌면 사후약방문이고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으나 계속 변화를 위한 움직임을 해나가다 보면 어느샌가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박지현 문화스포츠부 기자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