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국민청원 16만건…'참여 민주주의' VS '대통령 만능주의' 조장

지난해 8월 개설 후 16만 넘어 
외상센터 지원 이끌었지만 
김어준 성추행 '거짓 청원' 등 갈등 조장 청원도 
특히 삼권 분립 저해 요소 높아
'대통령 만능주의' 빠질 우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사진=청와대


청와대가 국민소통을 위해 개설한 '국민청원 제도'가 16만건 이상의 청원 등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권역별 중증외상센터 지원 확대등 직접민주주의 실현의 통로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정책적 차원을 넘어 입법부나 사법부 영역을 침해하는 청원도 잇달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외상센터 지원 등 일부 긍정평가
청와대는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청와대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국민청원' 코너를 마련했다. 청와대는 미국 백악관의 청원 홈페이지 '위더피플'을 롤모델로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할 경우 정부나 청와대 관계자가 공식 답변을 내놓기로 했다. 11일 현재까지 16만건 이상의 국민청원이 등록됐고 20만명 이상 참여한 국민청원은 19개에 이른다.

20만명 이상 국민청원을 통해 정책 변화를 이끌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판문점 북한군 귀순' 사건 이후 북한군 병사를 치료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권역외상센터의 열악함을 호소했다.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지원 확대를 요청하는 청원으로 이어져 28만명 이상 참여했다. 결국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국민청원에 답하며 닥터헬기를 밤에도 운영하고 외과 수련의를 중증외상센터에 근무토록 하는 내용의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갈등을 조장하는 청원이나 '숙의' 없이 감정 섞인 청원이 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지난달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8강전 이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김보름 선수와 박지우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과 빙상연맹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는 6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개인의 영달에 눈이 멀어 동료를 버렸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청원을 올렸다가 하루 만에 '거짓 청원'으로 밝혀졌다.

특히 청와대 답변 영역을 벗어나는 국민청원이 많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행정부를 견제하는 사법부 개혁 목소리가 늘어나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 '신광렬 부장판사 해임 촉구 청원' '정형식 부장판사 특별 감사 청원'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국민청원 1호 답변으로 나온 '소년법 개정' 청원은 헌법적 가치나 국제규범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청와대는 형량 강화보다 예방, 교화 등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 '형사 미성년자 나이를 한 칸 혹은 두 칸 낮추면 해결된다' 그건 착오"라고 밝혔다.

■삼권분립 저해, 해결 안되면 지지 철회 가능성도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청원에서 어떤 이해집단은 과다 대표되고 어떤 집단은 과소 대표될 수밖에 없다"며 "청와대가 국민청원으로 의사결정을 추진하면 극히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봇물처럼 쏟아지는 국민청원이 '대통령 만능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청원하면 모든 것을 해결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청원이 사법, 입법 영역까지 확산돼 장기적으로 삼권 분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대통령은 사법, 입법 영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실망한 국민들이 정부에 대한 지지를 거둘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