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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전국 명문고 야구열전] 청각장애 영건들·은퇴한 올드보이..야구로 하나됐다

권병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1 18:09

수정 2018.03.11 18:09

성심학교 vs 백구회 난타전 승부… 백구회 15-10 승리
제5회 전국명문고야구열전 결승에 앞서 열린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와 백구회 간의 친선경기에서 양팀 선수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제5회 전국명문고야구열전 결승에 앞서 열린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와 백구회 간의 친선경기에서 양팀 선수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승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11일 부산 기장군 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열린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와 백구회 간 친선경기는 승패를 떠나 모든 선수들이 하나가 돼 야구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왕년의 야구 스타들로 구성된 백구회 선수들은 1회초에만 8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대거 7득점했다.
초반 다소 긴장한 모습의 충주 성심학교 선수들도 곧바로 반격에 나서 1회말 3점을 만회했다. 5회까지 진행된 경기는 장장 36개의 안타를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백구회가 15대 10으로 승리했다.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은 서로를 아낌없이 위로하고 축하했다. 경기 중간중간에도 상대방의 좋은 플레이에는 계속해서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뛰어난 경기력을 바탕으로 한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는 아니었지만 이날 경기는 백구회 선수들에게도,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에게도 잊지못할 추억을 안겨줬다.

최고령 79세부터 48세 막내까지 전직 야구선수들로 구성된 백구회는 이종도 전 MBC 청룡 수석코치, 하일 전 국가대표 유격수, 임경고 전 KBA 상임이사, 황동훈 전 동국대 감독, 주성노 전 국가대표 감독, 신춘식 현 리틀리그 감독 등이 포함돼 있다.

한편 2002년 창단한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는 국내 최초로 청각장애 학생들로 구성된 팀이다. 지난 2011년 영화 '글러브'(감독 강우석)와 각종 언론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던 이 학교 야구부는 최근 부침을 겪었다. 급감한 야구부원으로 지난 2년 동안 선수단 구성을 못해 모든 고교야구팀에게 출전 기회가 주어지는 봉황대기조차 나가지 못했다. 야구부는 급기야 존폐 위기까지 몰렸지만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말 김재현 감독이 부임하며 팀을 새로 정비했다.

백구회 하일 전 국가대표는 "장애를 안고도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끊임없는 도전을 하고 있는 야구부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하루를 선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줘 정말 고맙다"면서 "경기력을 떠나 야구에 임하는 성심학교 선수들의 자세를 보고 예전 야구를 시작할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제5회 전국 명문고 야구열전] 청각장애 영건들·은퇴한 올드보이..야구로 하나됐다


이날 경기의 또 하나 볼거리는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의 두 주인공 이종도와 이만수(사진)의 재회였다.

이만수는 성심학교 야구부 일일감독으로, 이종도는 백구회 3번 타자로 출전했다.
이만수는 프로 원년 삼성의 포수 겸 4번타자, 이종도는 MBC의 좌익수 겸 6번타자로 출전했다. 당시 두 팀은 연장전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끝에 이종도가 10회말 2사 만루서 역전 끝내기 만루포를 날린 바 있다.


경기 내내 서투른 수화와 몸짓으로 선수들을 격려하던 이만수 전 SK 감독은 "청각장애인이라서 수화로 지시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이런 경기에서 지도자로 선다는 것 자체가 야구인으로서 최고의 보람"이라며 "짧은 시간이지만 성심학교 선수들을 지도해보니 워낙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강해 게임을 더 많이하고 경험을 쌓으면 지금보다 훨씬 경기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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