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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고용지표에 나타난 '골디락스'와 연준 금리인상 횟수 논란

장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2 13:59

수정 2018.03.12 14:51

자료=유진투자증권, 미국 시간당 임금과 노동시간
자료=유진투자증권, 미국 시간당 임금과 노동시간


골디락스.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를 말하는 용어다. 영국 전래동화 '골드락스와 세 마리 곰'에서 나온 이 말은 이상적인 경제상태를 지칭한다.

지난 주말 미국 고용지표가 발표되자 여기저기서 '골디락스' 상황을 거론했다. 고용지표가 양호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임금 물가 상승률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골드락스 지표 발표에 뉴욕 주식시장이 흥분하면서 급등했다. 뉴욕주식시장 3대 지수가 1.7% 이상 동반 상승했다.


골디락스 고용지표 때문에 연내 통화긴축 가속화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자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달아오른 것이다.

지난 금요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40.53p(1.77%) 높아진 2만5335.74에 장을 마쳤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47.60p(1.74%) 상승한 2786.57, 나스닥종합지수는 132.86p(1.79%) 오른 7560.81을 기록했다.

■ 고용지표 헤드라인 '서프라이즈'..물가는 예상보다 안 올라
미국의 2월 비농업부문 취업자 수는 전월보다 31만3000명 늘었다. 이는 시장 전망치(20만명 증가)를 대폭 웃도는 수치였다. 12월과 1월 취업자 수 역시 총 5만4000명 높게 수정됐다.

지난 3개월간 비농업 고용이 월평균 24만2000명 속도로 증가한 셈이다. 미국 통화당국이 신규고용 월간 10만명 이상이면 노동력의 자연 증가분을 모두 흡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최근 고용상황은 매우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고용지표에 나타난 2월 실업률은 5개월 연속 4.1%를 유지해 추가적인 실업률 하락 기대는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는 유휴 노동력이 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된 데 따른 효과다. 4개월째 62.7%에 머물던 경제활동참가율은 63.0%로 올랐다.

최근 고용지표 발표시 채권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시간당 임금은 전월비 4센트(0.1%) 오른 26.75달러에 그쳤다. 지난 2월 초에 발표됐던 1월 고용지표에선 시간당 임금이 크게 올라 연준의 긴축이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되면서 금리가 오르고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시간당 임금상승률 수치는 지난 1월 결과치(0.3%)나 예상(0.2%)에 미달한 것이다. 전년동월비 상승률 역시 2.6%로 1월 2.8%보다 둔화했다. 2월 주당 노동시간이 전월보다 0.1시간 늘어난 34.5시간으로 집계된 것도 임금 상승률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

전체적으로 고용지표 결과는 미국 경기가 양호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지만 임금 물가 압력은 생각보다 덜해 긴축가속화에 대한 우려도 누그러뜨렸다.

다만 다소 길게 보면 경제활동인구 증가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며, 연준의 내년 이후 금리 점도표 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 2월 고용지표, 양호한 경제 속 낮은 물가압력..연준 3차례 인상 힘 받나
뉴욕 주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주가도 속등 무드로 시작했다.

미국 고용지표 호조에 따라 위험선호 무드가 파급된 것이다.

코스피지수는 초반부터 20p 남짓 오르면서 2480선을 넘어서 재차 2500선을 겨냥하고 있다. 2월 초 1월 미국 고용지표 여파로 폭락한 뒤 이번엔 2월 미국 고용지표 영향으로 강세 분위기를 연장하고 있다.

지난주 북미 정상회담 합의 소식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로 주식시장이 힘을 받은 뒤 강세 무드가 연장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선 고용 헤드라인 서프라이즈와 주가 급등에도 채권시장이 나름 선방했다.

코스콤 CHECK단말기(3931)를 보면 간밤에 미국채10년물 수익률은 3.57bp 오른 2.8928%를 기록했다. 국채30년물은 3.34bp 상승한 3.1597%, 국채2년물은 2.44bp 상승한 2.2620%를 나타냈다.

미국채 10년물이 다시 2.9%에 바짝 붙긴 했으나 놀라운 헤드라인 수치에도 불구하고 임금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이 제한적으로 나타난 영향을 반영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다음주 FOMC 결과가 주목된다. 우선 연준의 3월 금리인상은 대부분이 예상하고 있다. 연준 점도표가 어떻게 변할지 관심이다. 고용지표 등을 감안했을 때보다 올해 점도표보다 긴 기간의 점도표 중간값이 다소 올라갈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국내 투자자들도 이런 상황은 감안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 매니저는 "최근 남북, 북미 하해무드가 조성되면서 주가 반등 기대치가 커졌는데, 미국 고용지표마저 절묘하게 나와 국내시장도 다시 상승랠리에 시동을 거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준의 올해 금리인상이 3차례에서 더 빨라지지 않는다면 남북 해빙 무드와 맞물려 추가로 강해질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씨티은행의 앤드류 홀렌호스트 이코노미스트는 "31만명을 넘는 강력한 고용수치, 그리고 예상을 밑도는 전년동월비 2.6%의 임금 상승률은 채권 일드커브를 세웠으며 주식시장 랠리를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물가 압력 등을 감안할 때 우리는 여전히 미국의 올해 금리인상이 3차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 인플레이션 지표 대기..연준 점도표 상향 가능성도 감안
다만 미국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아 올해 연준이 금리인상에 속도를 낼 개연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고용지표 헤드라인이 놀라웠던 데다 물가 오름세 역시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의 이상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고용시장이 환상적 조합을 보였다"면서 "비농업취업자 대폭 증가로 경제성장세 개선 가능성을 뒷받침한 가운데 임금 상승세는 둔화되며 임금 측면의 인플레 압력이 아직 크지 않음을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2월에 저임금 업종 근로자 및 근로시간 확대로 임금상승세가 둔화됐으나 분명한 점은 고용호조가 확대됐다는 사실"이라며 "2월 취업자 30만명대 증가는 잠재성장률 달성에 필요한 월평균 18만명선을 크게 상회한다"고 풀이했다.

그는 따라서 "이는 올해 미국 경제의 성장세 확대를 지지하는 동시에 임금 상승 확대 및 연준의 통화긴축 강도 강화에 대한 필요성이 확대될 수 있음을 시시한다"고 덧붙였다.

2월 임금 상승률이 낮아졌지만 다시 오름폭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일단 미국 고용지표가 양호해 채권금리가 올랐지만 임금 오름폭이 제한적이어서 올해 연준의 금리인상이 4회보다는 3회 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하지만 물가 데이타가 대기하고 있으며 FOMC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금 상승세가 제한됐지만 물가 데이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다시 놀라게 될 것이란 예상도 엿보인다.

JP모간의 알렉스 뢰버 연구원은 "비록 실업률이 4.1%로 변함이 없었지만 비농업 취업자가 31만3000명에 달하는 서프라이즈가 나타났다"면서 "고용 데이타로 시장 금리가 올랐지만 일단 시간당 임금이 정체되면서 금리 상승세를 제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시장참가자들이 왜 줄어든 노동시장 슬랙이 높아진 임금으로 나타나지 않느냐고 의아해 하지만, 시간당 임금은 변동성을 보이는 속성이 있다"면서 "1분기 전체 임금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소비지출을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간당 임금 상승률이 예상에 못 미쳤지만 고용보고서 전반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으며 시장참가자들은 13~14일에 나올 물가 데이타에 놀라게 될 것으로 관측했다.


뢰버 연구원은 "FOMC 멤버들은 단기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도 연방기금금리 전망을 3월 회의에서 높이게 될 것"이라며 "금리 인상 횟수 중앙값은 올해, 그리고 아마도 내년까지도 4회 인상 쪽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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