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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화재 참사로 '화재 포비아' 확산..아파트 방화문 하자 소송은?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3 15:07

수정 2018.03.13 15:07

화마가 휩쓸고 간 밀양 세종병원/사진=연합뉴스
화마가 휩쓸고 간 밀양 세종병원/사진=연합뉴스
충북 제천과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화재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된 가운데 화재에 대한 국민들 공포가 커지면서 관련 소송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참사는 방화문 등 방화시설에 대한 미흡한 관리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방화문 성능..아파트 주요 하자소송 부상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이원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시공사를 상대로 낸 방화문 성능불량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하자 보수비용 1억58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방화문은 건물 화재 발생 시 화염의 침투를 막도록 설계된 문이다. 아파트에 설치된 갑종 방화문이 적합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한국산업규격(KS)이 정한 비차열(화염·연기 차단) 1시간 이상, 차열(열까지 차단) 30분 이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주민들은 기존에 설치된 아파트 방화문이 1시간 이상 불길을 막을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아파트에 설치하는 갑종방화문은 사회통념상 최소한 1시간 이상 비차열 내화성능 및 차연성능을 구비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 아파트에 설치된 방화문은 내화시험 결과 2분 내지 21분 만에 화염이 발생하는 등 문짝에 내화성능을 갖추지 못한 하자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방화문 하자 분쟁은 지난 2009년 인천 구월동에 위치한 9000세대가 거주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진 소송이 시초다. 당초 지난 2007년 입주민들이 시공사의 부실시공을 문제삼아 제기된 이 소송은 방화문이 KS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소송 규모가 850억에 육박할 정도로 불어났다.

시공사 측은 "아파트 사업계획승인 당시인 2003년에는 KS 기준을 충족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시공사의 품질보증계획서에는 아파트 갑종방화문이 KS 기준에 따른 품질시험 및 검사를 합격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기재됐다"며 시공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공사 측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했으나 방화문 하자로 인정된 금액은 기존 120여억원에서 280여억원으로 확대됐고 법원은 이 금액의 60%와 지연이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된 2016년까지 7년 가까이 걸린 이 사건으로 방화문 소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반하자 소송과 별도로 방화문 소송만 제기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무분별한 방화문 교체는 낭비" 지적도
최근 대형화재 사건이 잇따르면서 방화문 관련 소송이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방화문은 입주민들이 사용하면서 발생한 변형으로 성능이 떨어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소송을 통해 기존에 사용해 온 방화문을 철거, 재시공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은 사회적 낭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제가 있는 문짝만 교체하거나 불연성 가스켓과 같은 불연자재를 추가로 시공하는 등 부분보수 방법만으로도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소송을 제기하는 입주자 측에서는 방화문 전체를 철거한 후 재시공을 하는 편이 판결금액 면에서 유리해 이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법무법인 화인의 정홍식 변호사는 "하자소송의 경우 10여년간 진행되면서 어느 정도 판단 기준이 세워진 반면 방화문 소송은 아직 성숙되지 않아 적절한 보수방법에 대한 판단이 정립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분별한 재시공은 사회적 낭비인 만큼 적정한 비용과 최소한의 노력을 들여 하자를 보수하는 쪽으로 연구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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