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fn광장

[fn논단] 게임이론으로 본 북·미관계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2 16:55

수정 2018.03.12 16:55

[fn논단] 게임이론으로 본 북·미관계

북·미 정상 간 역사상 최초의 회담이 정말 이뤄지게 되나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전쟁이 날 것 같던 한반도의 정세가 유턴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경제학의 게임이론에서 '수인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라는 것이 있다. 두 공범자가 모두 범죄를 부인하면 무죄가 되고, 둘 다 자백하면 각각 5년씩 형을 산다. 또한 한 사람만 자백하면 그 사람은 무죄이고, 부인한 사람은 10년 형을 산다. 가장 좋은 결과는 둘 다 부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입장에서 다른 공범자가 어떻게 할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자백하는 것이 우월전략이다. 그래서 결국 둘 다 자백하는 공멸의 균형점이 도출된다. 북·미 관계에서도 '적대'와 '우호'라는 두 가지 전략을 가진다. 최선의 결과는 둘 다 '우호'라는 전략, 즉 북한은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포기하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군사적 위협을 멈추는 것이다. 그러나 수인의 딜레마처럼 자기가 '우호' 전략을 쓰고 상대방이 '적대' 전략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를 생각하기 때문에 결국은 북·미가 모두 '적대' 전략을 취하게 되고, 균형점은 전쟁이 된다.

그런데 이 수인의 딜레마로 북·미 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오류에 빠질 수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수인의 딜레마는 상대방이 어떤 전략을 취할지 모르는 불완전정보게임(Incomplete Information Game)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북한과 미국 모두 어렴풋이나마 상대방이 전쟁을 피하고 싶어하는 것을 안다. 나아가 자기가 전쟁을 피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상대방이 알고 있다는 것도 안다. 둘째, 수인의 딜레마는 비협력게임(Non-Cooperative Game)일 경우를 가정하지만 현실과 거리가 멀다. 서로 전쟁 이외에 더 해볼 것이 별로 없는 소모적인 대치는 북·미 정권 모두 대내외 정치적 입지의 약화라는 부담을 가져올 뿐이다. 결국 이제는 모두 협력게임을 통한 출구전략이 간절할 수 있다. 최근 우리 정부의 역할이 바로 협력게임을 위한 대화채널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두 죄수가 대화를 통해 서로를 믿어야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북·미 간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며 이제 그 첫걸음이 시작됐다. 우리 정부가 많이 바빠질 것이다. 부디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는 항구적 균형점을 만들어주기를 바라며 우리 정부의 노력을 지지해 본다.

그러나 정부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밖에서의 신뢰보다 안에서의 신뢰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천안함 사건부터 멀리는 6·25전쟁까지 많은 희생이 있었다. 그래서 최근 정부의 노력들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신뢰하지 않는 국민이 상당수인 것도 현실이다. 정부의 뜻에 반대편에 있는 국민들에게 지금 하고자 하는 것이 더 나은 길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한다.
안으로부터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정부가 밖에서 하는 노력들도 힘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끝으로 최근 나라 안팎이 하도 시끌벅적해 경제 이야기를 해봐야 관심도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어쭙잖게 북·미 정상회담을 주제로 끌고 왔다는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