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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유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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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끄트머리인 1986년 미국과 소련(현 러시아) 정상회담이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열렸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이 마주 앉았다. 두 정상은 빈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격론 끝에 상대의 마음을 속속들이 읽었다. 역사학자들은 냉전이 끝나는 데 레이캬비크 조약이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한다.

왜 레이캬비크였을까. 당시 두 나라는 회담 장소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다. 이때 스테잉뤼뮈르 헤르만손 아이슬란드 총리가 파격 제안을 했다. 그는 "지구본을 돌려가며 워싱턴과 모스크바를 자로 잰 중심점이 어딘가 찾아보라. 그곳이 바로 레이캬비크"라고 주장했다. 그 결과 두 나라 모두 체면을 세웠다. 아이슬란드는 두 초강대국 정상을 끌어들인 덕에 레이캬비크를 세계에 널리 알렸다.

5월에 열릴 북.미 정상회담도 개최지가 관심사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판문점, 평양, 워싱턴DC 등 9곳을 후보지로 꼽았다. 우선 판문점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정은 북한 노동위원장은 서방국가로 이동하지 않고도 미국 정상을 만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인근 미군기지에서 효과적으로 회담을 준비할 수 있다. 남북 분단의 상징적 장소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다만 미국이 주도권을 뺏기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세기의 회담을 유치하기 위해 제3국가들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전 몽골 대통령은 "울란바토르는 북.미 정상회담에 가장 적합한 영토"라고 주장했다. 몽골은 미국, 북한 모두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자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는 "우리 정부가 북·미 대화를 도울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방북하거나 김정은 위원장이 방미하는 것도 부담된다면 '평화의 섬' 제주가 최적지"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이미 1991년 한.소 정상회담, 1996년 한.미 및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곳이다. 2000년 김용순 노동당 비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제주도를 들른 적도 있다. 우리로선 회담을 유치하고 제주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좋은 기회다. 이 정도면 세기의 회담을 제주도에서 여는 것도 좋지 않을까.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김성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