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툭하면 추경, 재정중독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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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일자리 대책 또 내놓아.. 예산으로 실업난 해결 못해

정부가 15일 청년일자리 대책을 또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 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대책에는 예산과 세제, 금융, 규제 등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 총동원된 느낌이다. 겉모습만 보면 '특단의 대책'으로 불릴 만하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효과가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기존 대책을 재탕 삼탕한 것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게 주는 지원금을 당초 연간 667만원에서 900만원으로 늘리고, 지원대상에 중견기업도 포함시키는 식이다. 중기 취업자의 소득세 감면율도 당초 70%에서 전액 감면으로 확대한다. 새로운 해법을 찾거나 발상의 전환을 하기보다는 기존 사업에다 예산지원만 늘린 꼴이다.

4조원짜리 미니추경 얘기도 나온다. 다음달 중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중기 취업 청년 소득세 면제 등을 포함한 세제개편안도 함께 추진된다. 예산을 더 풀고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다고 기업들이 얼마나 일자리를 늘릴지는 의문이다.

청년실업 문제는 인구구조 변화와 맞물려 더욱 해결이 어려운 과제다. 저출산 여파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드는 추세 속에도 '에코부머'로 불리는 20대 후반 인구는 앞으로 5년간 39만명이나 늘어난다. 고용여건은 그러잖아도 어렵다. 대외적으로 미국 금리인상과 '트럼프발' 무역전쟁 우려가 커지고 있고 국내적으로는 조선.해운 구조조정에다 한국GM 사태까지 겹쳤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은 10만4000명으로 줄었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32만명)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이 같은 대내외 상황을 종합해보면 지금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라는 판단은 옳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해법은 옳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11조원짜리 일자리 추경을 편성했지만 고용사정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9%로 통계방식 개편 이후 역대 최악이었고, 체감실업률은 22.7%까지 치솟았다. 그런데도 똑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풀겠다고 추경을 다시 들고 나왔다. 일자리정책의 근본적 방향 전환이 없다면 이번에도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 스스로 '일자리 정부'임을 자임했다. 올 들어 급격히 악화된 고용상황은 일자리정부의 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동안 해온 일자리정책의 성과를 따져보고 전면적 방향 전환 여부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그동안 시장에서 반(反)일자리정책으로 인식된 정책들, 즉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제로화, 근로시간 단축 등을 계속 끌고 가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정부가 예산으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일자리정책 전반을 재점검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