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현금 부자들도 강남 재건축엔 ‘시큰둥’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5 17:28

수정 2018.03.15 17:28

중도금 자체조달은 물론 세무조사 가능성에 부담
시세차익 기대감 높지만 청약경쟁률 급감할 수도
부동산 시장에서 강남 재건축 단지 수분양자에 대한 세무조사설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와 관련한 질문들도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강남 재건축 단지 수분양자에 대한 세무조사설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와 관련한 질문들도 쏟아지고 있다.

서울 강남권에 위치해 있으면서 신규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낮아 당첨만 되면 큰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강남 재건축 분양 단지의 청약경쟁률이 예상보다 높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9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중도금 집단 대출 보증을 해 주지 않기 때문에 수분양자의 자금 마련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강남 부동산에 대한 견제를 늦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화와 함께 분양자 세무조사까지 할 수 있다는 말이 시장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어서다.

현금 부자들도 강남 재건축엔 ‘시큰둥’


■올해 강남 재건축 아파트 3000가구 쏟아져

15일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이달부터 올 연말까지 서울 강남에서 재건축을 통해 총 2999가구가 일반분양 될 예정이다. 이는 같은 기간 기준으로 2016년 1229가구의 2.8배, 2017년 350가구의 약 8.5배나 되는 많은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강남구 2044가구 △서초구 955가구다.

재건축 단지는 인프라가 완전히 갖춰진 도심에 들어서는데다 강남권에 진입하려는 수요는 항상 많다는 점에서 향후 가격 상승이 확실시 되는 '똘똘한 한채'의 대표격이다. 게다가 정부가 과열되는 집값을 억누르기 위해 분양보증 승인을 통해 분양가를 규제하면서 주변 시세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분양가가 책정되고 있다. 이에 분양만 받으면 시세 차익이 수억원에 달해 '로또'로 불리며 열풍을 이끌고 있다.

실제 오는 16일 견본주택을 개관하는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경우 평균 분양가는 3.3㎡ 당 4160만원이다. 가장 작은 평형인 전용 63㎡도 9억원이 넘는 고가이지만 이미 분양한 인근 '래미안 블레스티지', '디에이치 아너힐스', '래미안 강남포레스트' 등과 비교하면 같은 면적 기준으로 최고 6억원까지 싸다.

4월에는 삼성물산이 서초구 서초동 우성1차 아파트를 재건축 해 분양하고, 5월에도 삼성물산의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아파트 재건축 물량이 나온다. 각각 강남역과 청담역 역세권이라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HUG를 통해 분양가 규제 의지가 강한 만큼 기존 분양단지들의 조합원 입주권 등의 거래가격에 비해 분양가가 낮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강남권 재건축 일반분양은 시세차익을 기대한 청약수요가 몰리면서 호조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중도금 전체 자체 조달에 세무조사 부담까지

이처럼 디에이치자이 개포를 필두로 한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은 당초 당첨만 되면 수억원을 남긴다는 생각에 '묻지마 청약'이 이뤄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상황은 지난주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분양 승인이 밀리면서 달라지는 추세다. 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 대신 건설사 자체 보증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마저 무산되면서 10억원이 넘는 계약금을 수분양자가 전체 자체조달 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 자체가 어렵다기 보다는 정부가 고가 주택에 대해 중도금 대출을 제한하고 있는데 건설사가 나서서 보증을 해 준다고 하면 정책에 맞서는 것으로 보여서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실수요자보다는 결국 현금을 쥐고 있는 부자들만 쉽게 계약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업계 안팎의 우려가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국토부가 디에이치자이 개포에 대한 위장전입 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하면서 현금부자들 마저 쉽게 뛰어들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얻어 당첨자 가점을 분석하고, 구청을 통해 부양가족 가점을 많이 받은 당첨자 가족의 실거주 여부를 조사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분양을 기다리는 수요자들을 중심으로 '계약자 전수 세무조사'를 나올지 모른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어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청약 성적이 올해 강남 재건축 시장은 물론 전체 주택 경기에 대한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용적률과 건폐율이 높다는 단점도 지적된 상황에서 위장전입 조사가 공식 발표로 (예비 청약자들의) 고민이 더 커졌을 것"이라면서 "위장전입 여부 조사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이후 세무조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고 시장에서는 이미 받아들이고 있다.
초기의 과열된 양상이 많이 가라 앉았다"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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