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국민연금 CIO 수난의 역사 멈춰야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5 17:33

수정 2018.03.15 17:33

[기자수첩] 국민연금 CIO 수난의 역사 멈춰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자리는 수난의 역사다.

박근혜정부에서 본부장을 지낸 홍완선씨는 현재 감옥에 갇혔다. 2017년 11월 항소심은 홍 전 본부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그는 투자위원들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을 지시해 국민연금에 거액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로 재판에 넘겨졌다.

홍씨 후임인 강면욱 전 본부장은 임기가 다 차기도 전에 스스로 물러났다. 그는 역대 CIO 중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처음 옷을 벗게 됐다.
강 전 본부장이 2016년 2월 임명될 때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과 대구 계성고.성균관대 1년 선후배 사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여당 인사로부터 낙하산 비판을 받았고, 결국 사임했다. 기금운용 성적이 아닌 외풍에 의해 수난이 반복된 셈이다.

이번 신임 CIO만큼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외풍이 아닌 기금운용 성적으로만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이 취임 일성에서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투자처를 강조한 만큼 자율.독립성 보장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당시 그는 "국민연금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역할을 재정립하는 연구와 중소 벤처기업 육성과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볼 때 일각에선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국민연금 기금으로 임대주택 사업을 본격적으로 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KB금융지주 임시주총에서 국민연금은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표를 던진 것도 외풍 의구심이 높은 사례다. 찬성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해 국민연금의 찬성표는 통과되지 않았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총장 여론과 엉뚱한 쪽으로 표를 던진 셈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도 자율.독립성 관련 의구심을 가지게 하는 부분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때 참고하는 지침을 뜻한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큰손이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국내 기업들은 죄다 국민연금이 대주주다. 정부가 기금운용본부를 앞세워 의결권 행사를 뒤에서 조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부분이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CIO 인사가 또다시 외풍에 의한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국민역금의 흑역사, 이번만큼은 막아야 한다.

ggg@fnnews.com 강구귀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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