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참여와 소통의 경험 쌓일수록 정부와 시민의 신뢰도 커져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5 17:34

수정 2018.03.15 17:34

[특별기고] 참여와 소통의 경험 쌓일수록 정부와 시민의 신뢰도 커져

2011년의 일이다. 얼마 안 있어 새 정부가 들어서며 갑자기 3.0으로 버전업돼 등장하기는 했지만 당시는 '정부 2.0'이 새로운 정부 패러다임으로 많은 국가에서 관심을 얻고 있던 때였다.

필자가 참여하고 있던 비영리단체인 CC Korea에서도 공공데이터의 개방과 열린 정부를 주창하는 정부 2.0이 주된 활동 중 하나였다. 정부 2.0의 선도적인 국가로 알려진 호주의 '정부 2.0 태스크포스'에서 발간한 장문의 '정부 2.0 보고서'를 번역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온라인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활동가들이 함께 공부도 할 겸 번역을 시작했다가 번역서 출간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참여와 소통의 정부2.0'라는 제목의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

공들인 책이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원했던 활동가들은 흥미로운 계획을 세웠다.
그 책을 읽어야 할 사람들에게 책을 보내는 프로젝트였다. 정부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책이었던 만큼 그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은 당연히 공무원이었고, 그렇게 해서 전례가 없는 '100인의 공무원에게 책 보내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온라인에서 정부 및 공공기관의 담당자 100인을 추천받았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책 구입비와 운송비를 마련했다. 의의로 많은 사람이 기부해준 덕에 추천인의 희망이 담긴 메시지와 함께 100권의 책이 100인의 공무원에게 송부됐다. 그중에는 대통령도 있었는데, 해당 추천인이 남긴 메시지는 '각하, 소통하고 싶습니다'였다.

사실 책이 잘 전달됐는지, 수령한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는 확인할 수는 없었다. 책을 보내면서 트위터, e메일 등 어떤 것으로든 피드백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피드백은 하나도 없었다. 아마도 상당수의 책이 포장도 뜯기지도 않은 채 구석에 처박혔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인의 공무원에게 책 보내기' 프로젝트는 참여자 모두에게 의미 있는 경험으로 남아 있다. 유쾌하게 진행됐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던 프로젝트, 활동가들은 헌신적이었고 신념이 있었다. 그들은 시민과 공무원이 연결되고 참여와 소통이 이뤄지는 진정한 열린 정부를 꿈꿨고, 그 희망을 100권의 책으로 표현했다. 비록 1명의 공무원이라도 그 책을 읽고 같은 꿈을 꾸면 그것이 열린 정부의 시작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참여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열린 정부를 꿈꾸는 시민들의 참여를 다시 목격하고 있다. 이번에는 정부가 시민을 적극적으로 초대하고, 시민과 정부가 함께 열린 정부를 디자인하고 있다. 열린 정부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국제협의체인 열린정부파트너십(OGP)의 일원으로 새로운 국가실행계획 수립이라는 긴 여정을 함께 시작한 것이다.

100인의 공무원에게 희망을 품었던 활동가들의 참여는 또 다른 시민들의 참여로 이어지고 그들이 받지 못했던 7년 전의 피드백은 파트너십으로 돌아왔다.

OGP가 목표로 하는 투명성 증진, 시민 참여, 부패 척결의 열린 정부는 결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열린 정부는 시민의 참여와 소통이 전제가 돼야 하며, 열린 정부가 제공하는 가치 역시 참여와 소통의 경험이다. 시민들이 100권의 책을 공무원에게 보내고, OGP에 참여하여 함께 국가실행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열린 정부를 만들기 위한 것인 동시에 그 자체가 열린 정부가 주는 참여와 소통의 경험이다.
참여와 소통의 경험은 시민사회와 정부가 서로를 신뢰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신뢰를 통해 우리는 한 번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진정한 협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시민의 참여가 OGP의 핵심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윤종수 대한민국 OGP 포럼 시민사회 공동위원장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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