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력집중 억제 규제' OECD國중 유일하게 시행
10대그룹 매출집중도 줄어..한경연 "유지 근거 미흡"
10대그룹 매출집중도 줄어..한경연 "유지 근거 미흡"
현재 일부 대기업집단에만 적용하는 '경제력집중 억제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대기업집단만을 대상으로 사전적 경제력집중 억제 규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1일 '대기업집단의 내수매출 집중도 현황과 정책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 기업들이 해외매출(수출포함)을 통해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만 고려한 경제력집중 억제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력집중 억제 규제는 시장에서의 경쟁제한 여부와 관계없이 대기업집단을 지정, 규제하는 전형적 사전규제다. 사후규제인 담합.독과점 등 전통적 경쟁법 규제와는 구별된다.
상위 10개 기업집단이 전체 제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77년 21.2%에서 1982년 30.2%로 상승했다는 것을 경제력집중 억제 규제 도입의 근거로 삼았다. 이후 일부 제도의 변화가 있었으나 대기업집단을 강력 규제해야 한다는 근본적 시각에는 지금까지 변화가 없다.
이에 대해 한경연은 "대기업집단의 매출이 국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매출집중도가 최근 들어 점차 줄고 있어 경제력집중 규제의 근거가 미약하다"고 주장했다. 한경연 분석 결과 2013년 33.0%, 2014년 31.4%던 21개 대기업집단의 매출집중도는 2015년 29.6%, 2016년 28.3%로 하락했다. 상위 10대 그룹은 2013년 28.0%에서 2016년 24.3%로, 상위 4대 그룹은 같은 기간 19.7%에서 17.0%로 매출집중도가 떨어졌다.
한경연은 "해외매출과 내수매출을 구분하지 않는 기존 매출집중도 계산방식은 대기업집단의 내수시장 영향력을 과대계상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6년 삼성전자 매출의 89.9%, LG전자 매출의 73.6%가 해외매출이다.
해외매출을 제외하고 국내 시장에서 발생한 매출만 별도로 구분해 계산하면 21개 대기업집단의 '국내 매출집중도'는 2016년 기준 20.3%로 해외매출을 포함해 계산한 수치(28.3%)보다 8%포인트 낮다는 것이다.
10대 그룹을 기준으로 보아도 2016년 16.4%로 기존 매출비중보다 7.9%포인트 낮고, 4대 그룹 기준으로도 2016년 기준 17.0%에서 10.2%로 6.8%포인트 낮아진다.
현재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은 담합, 독과점 등 시장경쟁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사후규제만 하고 있다. 과거 일본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대기업집단 규제가 있었으나 2002년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독점규제법을 개정, 경제력집중 억제 규제를 실질적으로 폐지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과거와 달리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고, 우리나라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은 개방경제하에서 경제력집중 억제 규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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