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中 더블스타·산은, 간담회 열고 노조에 최후통첩 "금호타이어 독립경영…무한정 못기다린다"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2 17:27

수정 2018.03.22 21:40

노조에 당근.채찍 동시 제시..3년후 철수설에도 선 그어
산은 "더블스타 인수 최선" 구조조정 언급 노조 압박도
금호타이어 지분 45%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의 차이융썬 회장(오른쪽)이 22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 사진=김범석 기자
금호타이어 지분 45%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의 차이융썬 회장(오른쪽)이 22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 사진=김범석 기자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 중인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의 차이융썬 회장이 매각 철폐를 외치는 노조에 "무한정 기다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인수가 성사될 경우 금호타이어의 독립경영을 보장하겠다는 설득과 해외투자 유치 동의를 촉구하는 '최후통첩'을 노조에 동시에 제시한 것이다.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의 이대현 수석부행장도 "이달 30일 시한까지 노조가 설득되지 않으면 회사는 유동성 문제로 버티기 힘들 것"이라며 노조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채권단은 차입금 만기 연장을 조건으로 오는 30일까지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 약정서 체결과 투자유치에 대한 노조 동의를 요구한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금호타이어 차입금 만기를 세 차례 연기해준 산업은행은 이번엔 구조조정 원칙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3년 뒤 韓 철수 없다

차이 회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호타이어 노조의 동의를 거듭 요청했다. 그는 "노조와 협력을 맺는 것은 기업 정상화를 위해서도 중요하다"며 "이번 투자 프로젝트가 노조의 지지하에 성사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노조와의 합의에서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3년 고용보장에 대해선 '3년 후 철수'가 아니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차이 회장은 "3년 일자리 보장은 국제적 관례에 따라서 산은과 협약을 맺은 것"이라며 "3년 뒤 철수나 금호타이어 본사를 (중국으로) 옮긴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금호타이어의 발전과 설비기술 업그레이드를 통해 금호타이어가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차이 회장은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승계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그는 "금호타이어가 노조와 사측이 체결한 합의는 모두 존중할 것"이라며 "단체협약뿐 아니라 모든 협약을 다 존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호타이어 발전을 위한 것이면 노조와의 만남은 언제 어디서나 받아들일 수 있다"며 노조와의 만남 가능성도 시사했다. 더블스타는 지난 21일 저녁 산업은행을 통해 노조에 만남을 제의했다. 이에 노조는 '국내 공장 10년 경영계획'을 요청, 관련 자료를 검토한 후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상황이다. 다만 차이 회장은 노조에 시간이 많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겠지만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다"고 했다.

■"中공장 단독 인수 관심 없어"

차이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 목적이 통제하거나 소유하기 위한 것이 아닌, '파트너'가 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금호타이어 인수 후 독립경영에 대한 의지를 재차 밝혔다. 구체적으로 그는 "인수가 성사된다면 금호타이어 본사는 한국에 둘 것"이라며 "지리자동차가 볼보를 인수한 방식을 모델로 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지리차가 지난 2010년 자신보다 덩치가 큰 스웨덴 볼보자동차를 인수한 후 대규모 투자를 통해 몸집 키우기와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데 성공한 사례를 롤 모델로 삼겠다는 것이다. 지리차의 볼보 인수합병(M&A) 성공 비결로는 기업문화를 과감히 받아들인 점과 독립경영이 꼽힌다.

차이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한국에서 발전시키는 것은 더블스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김종호 (현 금호타이어) 회장 등 한국 경영진에 따라 독립경영이 이뤄지고, 주주로서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요구한 '금호타이어 차이나' 분리인수 가능성에 대해선 "솔직히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금호타이어 차이나는 부실이 가장 심한 기업이고, 금호타이어와 금호타이어 차이나를 분리한다는 것은 법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다"면서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가 협력해 글로벌 '톱10' 타이어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산은, 구조조정 원칙론 앞세워

이날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도 금호타이어의 더블스타 인수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30일 시한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금호타이어의 가장 큰 문제는 유동성"이라며 "급여도 제대로 못 주고 근근이 버티고 있는 현 상황에서 시한을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블스타 인수가 물거품이 되면 1조3000억원의 차입금 회수 등 즉시 자율협약 절차를 중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수석부행장은 또 '구조조정 원칙론'을 언급하며, 금호타이어 노조를 압박하기도 했다. 그는 "법정관리와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두 대안 중 기대값이 큰 것이 매각이라는 판단 때문에 버틸 수 있을 때까지 해보고, 노조를 설득해보자는 입장이었지만 30일이 넘어가게 되면 다른 이해당사자 의지와는 상관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자동차, 한국GM과 같은 '외국 자본의 먹튀'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한 견제장치를 마련했다고 역설했다.
이 수석부행장은 "한국GM 사태로 인해 해외 자본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많은데, 금호타이어를 독자경영하도록 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 "예를 들어 배당문제에서 채권단이 2대 주주인 만큼 과도한 배당은 채권단의 동의를 받도록 견제장치를 마련해 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호타이어가 정상화돼 영업이익을 내고 배당을 한다고 해도 최소 15년 이후 더블스타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수석부행장은 "금호타이어가 가지고 있는 기술의 이전이나 사용료를 견제하는 조항이 있다"면서 "채권단이 투입한 2조4000억원을 다 회수하려면 연간 1500억원씩 상환한다 해도 5년 유예기간을 고려하면 적어도 20년간 채권단으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longss@fnnews.com성초롱 홍석근 기자
longss@fnnews.com 성초롱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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